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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신문이나 방송에서 세상을 풍자(諷刺)하거나 함축(含蓄)된 성어(成語)로 뜻을 전달 할 때 고사성어를 자주 사용한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 만들어져 현재까지 쓰이고 있는 말 중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앞글자로 만든 '내로남불'이 있다. '내'와 '남'은 고유어이고 '로'는 로맨스(Romance)로 영어이며, 불륜(不倫)은 한자어이다. 한마디로 고사성어가 아닌 혼합(混合)된 사자성어라 할 수 있다. 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변명을 하면서까지 합리화하는 모습을 지칭하는 말로 남에겐 엄격하나 자신에겐 자비로운 태도(자기합리화)를 일컫는 말이다.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 잣대를 가진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일컫는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에는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라는 뜻을 가진 '아시타비(我是他比)'가 있다.

 고사성어는 역사적 사건이나 일화를 압축한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넉자로 만든 한문문구(文句)로 단행본이 나올 정도로 많다. 역사적 인물에서 유래한 것도 많고, 어떤 사건에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대부분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름을 남기고 간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역사 속의 인물 중에는 추한 이름도 있지만 후세에 본보기가 될 만한 의롭고 훌륭한 이름도 있다. 그래서 옛말에 '호사유피(虎死留皮)인사유명(人死留名)'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뜻이다.

 흔히 친한 친구를 대나무로 만든 말을 타고 놀던 벗이라는 뜻인 죽마고우(竹馬故友)라고 한다. 진(秦)나라 12대 황제(皇帝)인 간문제 때의 일이다. 촉 땅을 평정하고 돌아온 환온의 세력이 날로 커지자 간문제는 환온을 견제하기 위해 은호라는 은사(隱士)를 건무장군 양주지사에 임명했다. 그는 환온의 어릴 때 친구로서 학식과 재능이 뛰어난 인재였다. 은호가 벼슬길에 나아가는 그날부터 두 사람은 정적(政敵)이 돼 반목(反目)했다. 왕희지가 화해시키려고 했으나 은호가 듣지 않았다.

 그 무렵 오호 십육국 중 하나인 후조의 왕석계룡이 죽고 호족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자 진(秦)나라에서는 이 기회에 중원 땅을 회복하기 위해 은호를 중원장군에 임명했다. 은호는 군사를 이끌고 출병했으나 도중(途中)에 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결국 대패하고 돌아왔다. 환온은 기다렸다는 듯이 은호를 규탄하는 상소를 올려 그를 변방으로 귀양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환온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은호는 나와 '어릴 때 같이 죽마를 타고 놀던 친구'였지만 내가 죽마를 버리면 은호가 늘 가져가곤 했지. 그러니 그가 내 밑에서 머리를 숙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환온이 끝까지 용서해 주지 않음으로 해서 은호는 결국 변방의 귀양지에서 생애를 마쳤다고 한다. 어릴 때는 친했으나 뒤에는 벼슬에 의해서 사이가 갈라지는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틀리기 쉬운 고사성어를 살펴보면 바람이 불어 우박(雨雹)이 이리 저리 흐트러진다는 뜻으로 엉망으로 깨어져 흩어져 버림을 '풍비박산(風飛雹散)'이라 하는데 '풍지박산'이라 발음하고, 의지(依支)할 곳 없는 외로운 홀몸을 '혈혈단신(孑孑單身)'이라 하는데 '홀홀단신'으로 잘못 사용하기도 한다. 한밤중에 몰래 도망(逃亡)함을 야반도주(夜半逃走)라 하는데 '야밤도주'로 발음하고, 특정한 사람의 목소리나 또는 짐승, 새 등의 소리를 그럴 듯하게 흉내 내는 것은 성대모사(聲帶模寫)인데 '성대묘사'로 잘못발음하기도 하니 한자어문화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부끄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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