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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요양원에 1년 동안 입원해 계시던 어머님께서 안 좋으시다는 연락을 받은 곳은 팔공산 갓 바위에서 108배를 마치고 인증 샷을 찍고 있을 때였다. 매년 정초가 되면 갓 바위를 찾아 소원을 비는데 올해는 보름 날 친구 내외와 함께 갔다. 서둘러서 계단을 따라 내려와서 점심을 먹었다. 어머님 상태를 전화로 확인한 아내는 오늘은 넘기실 것 같다는 말에 인근에 있는 은해사를 잠깐 둘러보고 걱정이 되어 휴게소에 한번 쉬고 달려왔다. 충주에 도착하여 다시 확인 전화를 해본 아내가 내일 가뵈어도 될 것 같다는 말에 쉬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요양원으로 간 아내한테서 급한 전화가 왔다. 옷 깨끗이 갈아입고 빨리 오라는 것이었다. '아, 이제 어머니와 이별하는가?'라는 생각을 안고 서둘러 조금 과속을 하면서 달려갔다. 코로나19 때문에 면회사절이라 문도 막아 놓았다. 직원이 문을 열어주어 올라갔더니 5분전에 운명하셨다고 한다. 아들과 딸은 오고 있는 중이라 임종을 못하고 큰 며느리만 임종을 하였다. 요양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신니면 화석리에서 태어나신 어머님은 열일곱 어린나이에 일본 색시공출을 피하기 위해 이모님이 계시던 박달산 아래 산골마을로 시집을 오셨다고 한다. 76년을 한곳에서만 사셨는데 오남매를 두시고 구순이 되시도록 텃밭에 들깨를 심어 기름을 짜서 나눠주시는 자식사랑이 남다르셨다. 3년 전 한정식 집에서 이모님 두 분과 친정조카와 슬하의 오남매와 손자손녀 조카들이 모여 구순잔치를 해드린 것이 피부치가 한자리에서 축하를 해드린 마지막 기억을 안고 가셨다. 서울에 사는 큰딸과 구미에 사는 작은 딸 내외는 주말이 되면 교대로 찾아와 온천욕을 해드리고 점심을 사드리는 일을 여러 해 동안 해드려서 행복해 하셨다. 한번은 평소에 좋아하시던 송어 회를 먹는데 쳐진 눈을 크게 뜨시며 누군가를 확인하시더니 15년 전 앞서간 둘째 아들 이름을 부르며 왜 안 오느냐고 하실 때는 가슴이 메어지는 듯 했다. '이가 빠지듯이 한 자식만 안 보이는 것을 안타까워하셨으니 얼마나 마음이 쓰리셨을까?'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탄금호반을 바라보는 곳에서 장례의식을 치르면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막을 길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삼가는 가운데도 원근을 불문하고 조문을 오시는 분들을 맞이할 때 감사의 마음으로 죄인 된 불효를 생각하며 향을 피웠다. 평소 어머님은 과유불급을 지키시며 음식을 절대로 과식하시지 않으셨고 항상 중용(中庸)의 도를 지키시는 모습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온화하신 성품을 닮아서인지 장례 날 까지 날씨가 좋아 복을 받으셨다는 말을 많은 분에게 들었다. 13년 전 먼저가신 아버님 곁으로 합장(合葬)을 하여 묘 표석 앞에서 제(祭)를 올리며 어머님은 영면(永眠)에 드셨다. 마을 회관에서 동네여러분과 점심을 나누고 감사의 인사도 드렸다. 요양원이 있는 미타사(彌陀寺)에 49재(齋)를 모시기 위해 위패와 영정을 안치시키고 돌아왔다. 재우(再虞)날엔 봄비가 촉촉이 내려 어머님을 떠나보낸 상주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은혜를 받았고 산소에 잔디가 잘 살겠다는 덕담을 들었다. 삼우제를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개여 세 번째의 염려하는 마음으로 축문으로 고하고 돌아왔다. 토요일이 첫 재이기 때문에 아홉시에 모두 절에 도착하여 스님의 독경을 따라하였다. 두 시간동안 극락왕생을 기원 드리기를 일곱 차례가 되어 3월 마지막 주말에 49재를 올리고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하였다. 사시던 집에 들려 생전의 웃으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하늘을 바라보니 해무리가 생겨서 신기하다는 생각으로 어머님과 영원한 이별의 인사를 드리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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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