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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코로나 19로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서 부분등교로 바뀌면서 과제학습지를 받아 외가(外家)에까지 와서 공부하는 외손자의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아빠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숙제하느라 휴일도 마음 놓고 못 노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다. 5학년 동우는 수학과 사회학습지에 답을 달고 있는데 학습용어를 옆에서 듣자하니 대부분이 한자어(漢字語)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학과목에서 분수(分數), 배수(倍數), 공약수(公約數), 가분수(假分數), 최소공배수(最小公倍數)등 교과서에 한자로 병기(倂記)만 해줘도 문장의 독해력이 높아질 텐데 말이다. 사회과목은 한반도(韓半島), 영동(嶺東), 영서(嶺西), 영남(嶺南), 호남(湖南), 관동(關東)등 지역의 명칭 등의 용어를 얼마나 이해하며 학습을 할까? 나는 손자가 잠깐 쉬고 있을 때 옆으로 다가가서 한자어를 풀어서 설명을 해줬다. 섬 도(島)자는 새 조(鳥)와 비슷한데 새의 날개를 형상화한 점 4개 대신에 뫼 산(山)자가 들어가 새가 바다 위를 날아가다가 지치면 바위섬에 앉아서 쉬었다 다시 날아가는 곳을 섬(島)이라 생각하여 만든 글자다. 사방을 물로 에워싼 것이 섬인데 반도(半島)는 반쪽 섬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한국의 반도를 한반도(韓半島)라 한다고 한자어 풀이를 해주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애 엄마는 "아! 그렇구나,"하며 감탄을 하였다. 대학(國文科)을 나와 행정공무원인 딸 역시 학교에서 한자를 안 가르쳐서 한자어의 뜻을 모르는 것이다. 이게 한글전용정책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닌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약 2/3가 한자어인데 학생들에게 학습부담을 준다고 소리글인 한글만 사용하는 교육정책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의사'라고 한글로만 표기하면 안 중근 의사(義士)인지 안 중근 의사(醫師)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식수'라고만 쓰면 마시는 물 식수(食水)인지, 나무를 심는 식수(植樹)인지 구분을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사기'라고 써 놓으면 남을 속이는 사기(詐欺)인지, 사기(砂器)로 만든 그릇인지, 역사를 기록한 책 사기(史記)인지 알 수가 없는 문맹(文盲)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只今), 금방(今方), 시방(時方), 고동색(古銅色), 사과(沙果), 사탕(砂糖), 총각(總角)등 고유어로 알고 있는 한자어도 있다. 필자는 10여 년 동안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와 인연이 되어 초등학교 한자교육운동을 하면서 서명운동, 공청회, 1인 시위, 학술발표회 등에 참여 하면서 마침내 2019년부터 초등 5~6학년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교육정책이 결정되었을 때 가슴 뿌듯한 보람을 맛보며 기뻐하였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어느 날 슬그머니 없었던 일로 폐기 시켜버렸다. 이 일을 이끌며 20여 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충주 출신 陳 泰夏 이사장은 어깨 수술 후 요양 중에 충격적인 소식에 쇼크를 받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 한글전용정책이 우선 편해보일지 모르나 한자어라는 연못 속에 살아가는 고기와 같은 학생들의 문장 해독(解讀)능력은 OECD국가 중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초래하고도 반성은커녕 한글전용만 고집하고 있다. 매일 학습용어로 사용하는 언어의 어원과 참 뜻을 모르는 아이로 키우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한자의 핵심인 300자 정도만 가르쳐도 독해력향상은 물론 자기 주도적 학습이 되고 학습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딸이 "아! 그렇구나,"하는 말이 내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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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