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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공군사관학교 교수

현대인들은 온갖 공해에 시달리면서 산다. 토양과 물이 오염되어 정수기물이나 생수가 아니면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지만 그 부작용은 공해가 되어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어 사람들의 불안감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양한 공해 중 사람들이 가장 즉각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역시 소음공해가 아닐까 싶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의 자유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무더운 여름철에는 더욱 그렇다. 아파트 층간 소음이 이웃 간 다툼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살인사건으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심신이 지쳐있을 때는 위층에서 의자 끄는 소리마저도 귀에 거슬리는 법이다. 그러나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 간 다툼을 하는 사람들은 비행장 근처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전투기가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는 군비행장 주변의 사람들은 매일같이 제트엔진의 폭음을 들어야 한다. TV를 무성영화 보듯 해야 하고 정상적인 대화도 잠시 멈추어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민간공항이나 전투비행단이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것 같아 조종사의 한 사람으로서 늘 안타깝고 미안하다.

전투비행단에서 민원(民願)을 담당하던 때의 일이다. 주간비행 때도 그랬지만 특히 야간비행을 하는 날이면 시끄럽다는 민원전화가 하루에 몇 번씩 걸려왔다. "집에 환자가 있는데 쉴 수가 없다", "어린애를 재울 수가 없다", "수험생이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는 등 주민입장에서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어떤 사람은 애원하듯 호소하기도 하고, 협박하듯 말하는 사람, 신경질적인 사람 등 반응도 다양했다. 그들의 결론은 다른 곳으로 비행장을 옮기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마땅한 답은 내놓지 못하고 비행이 곧 끝날 터이니 조금만 참아 달라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비행장 주변 마을사람들을 초청하여 서로의 실상에 대해 대화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잔뜩 경계심을 가지고 오지 않으려 했다. 할 수 없이 동장과 통반장, 아파트 주민대표를 먼저 초청했고 분위기가 좋아지면 점차 지역주민들로 범위를 넓히기로 하였다. 주민들에게 우선 비행단이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왜 현재위치에 전투비행단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득했다. 비행기소음을 줄이기 위해 부대에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그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주민들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작정 싫어했던 비행이 어느 정도는 그 필요성을 알게 되었고, 밖에서 보았을 때와 달리 비행장을 손쉽게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망스럽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이가 4㎞에 가깝고 넓이가 몇 백 만평이나 되는 비행장과 각종 시설, 수많은 장병을 옮기는 것은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 그것보다도 좁은 땅덩어리에서 소음피해가 없으면서도 활주로에 적합한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러한 문제는 잘 모르겠고 무조건 내 집 주변에서 나가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러한 주장은 억지나 다름없다.

소음과 음악의 구분은 사람의 주관적 감정과 필요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감미로운 음악이라 하더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는 소음으로 들리고, 비록 시끄러운 소리라 하더라도 곤하게 잠자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코골이소리는 거슬리지 않는다. 비행단에 살고 있는 조종사, 정비사 가족들도 활주로 가까이에서 매일 같이 듣고 있지만 짜증이 나지는 않는다. 소음의 원인과 의미를 알고 나면 시끄러움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참을 만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투기의 폭음이 음악처럼 들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감정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소음감소를 위해 집집마다 이중창을 달아주고 에어컨을 설치해 주는 등 국가적 노력과 주민들의 인식변화가 모아진다면 공해의 상처는 조금이나마 덜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소음피해가 적은 적절한 곳으로 옮긴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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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