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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괴산경찰서 정보보안과 경사

고요한 심야시간 골목길.

"도와주세요"라는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적막을 깬다.

길을 지나가던 시민은 본능적으로 비명소리가 들린 골목어귀로 몸을 돌린다. 자신 눈앞에 어떠한 광경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자신의 몸을 보호할 장구 하나 없이 본능적으로 몸을 돌린다. 맹수가 우글거리는 야생의 초원에 동물가죽으로 만든 허름한 옷만걸친 초기인류처럼 위태로운 모습으로 말이다.

골목길을 돌아 섰을 때, 이 남자의 눈에 여성을 쫓아가며 추행하는 남성이 들어온다.

이 시민은 남성과 격렬한 격투 끝에 성추행범을 붙잡는다. 언론에서는 이 시민의 미담사례를 취재하고 경찰은 표창장을 수여했다. 이 남성에게 물었다 "위험을 무릎쓰고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나요" 시민이 답변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 일은 지난 6월 부산에서 있던 실화이다.

동양의 위대한 고전(古傳) 논어에 공자가 자공에게 다음과 같이 한 말이 기록되어 있다. 君君(군군), 臣臣(신신), 父父(부부), 子子(자자).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즉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자신의 분수와 명분에 맞게 행동해아 한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여성을 발견한 시민. 그는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당연한 행동이 한 여성을 위험에서 구출해내고, 미담이 되었다. 그리고 듣는 사람에게는 깊은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괴산경찰서에서 보안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탈북민 보호는 보안업무의 일부이다. 어느 날 한 탈북민이 나에게 도움을 청해 왔다. 한국생활의 적응에 있어서 당연히 생길 수 있는 한국 사람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그런 문제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한 탈북민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았다. 당연한 나의 일 이였기 때문에 발 벗고 나서 주변 동료들과 이 일을 해결 해 주었다. 또 탈북민의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괴산경찰서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안협력위원회 위원과 자매결연을 맺어 주었다.

늘상 해오던 업무였기 때문에, 이 일은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그리고 얼마 후, 이 탈북민으로부터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이 사회에서 자신의 적응을 위하여 힘써줘 감사하다는 내용이였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것이 감동이 됐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당연한 것이 감동이 되는 사회가 되었다.

그 만큼 우리가 본질은 잊은 채 허울만을 쫓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경찰관으로써 일하며 많은 사건과 사고를 접하게 된다. 그때의 사건과 사고를 오늘의 탈북민 에피소드와 오버랩(Overlap)시켜보고 있노라면 느끼는 점이 있다.

바로 '본분'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친구관계에서 본분을 지키고 그에 맞게 행동했다면 가정폭력도, 절도도, 폭행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본분에 맞는 당연한 행동은 가정에 평화를, 직장에서는 능률의 항상을, 친구관계에서는 깊은 우애를 가져다준다.

나의 본분과 처지에 맞는 행동은 주변인에게는 감동이다.

잊지말자 당연한 것의 감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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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