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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현

청주시 서원구 건설교통과 교통지도팀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시내버스가 육거리 시장에 정차했을 때, 갑자기 내가 시내버스에서 급작스럽게 뛰어내려 시장통으로 발길을 내디딘 것은 굉장히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어느 채소가게 앞, 좌판에 소복이 쌓여 있는 신선한 채소들을 내려다보며 조금 상념에 빠지게 됐다. 이왕이면 비닐하우스 보다는 제철채소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닐하우스는 비닐 폐기물의 발생으로 농토를 오염시키고 특히 겨울에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그래서 나는 겨울에는 햇볕에 말려둔 묵나물을 가급적 애용하는 편이다.

홍고추는 아직은 시기가 이르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재래시장은 확실히 물건이 좋다. 애호박만 해도 비닐지를 인위적으로 씌워 키운 호박 말고 자연적으로 키운 애호박이 많이 나와 있다. 모양이 획일적으로 꼭 반듯하게 예쁘진 않아도 바람과 햇볕을 직접 맞으며 표피호흡을 하며 자란 곡선미 있는 애호박은 마트에서는 보기 힘들다.

저런 채소들이 지금 내 눈앞에 객체로 보이지만 음식으로 만들어 먹게 되면 일부는 대변과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일부는 나의 몸에 축적되어 내 몸의 일부가 되고 생활하는 에너지를 내 준다. 즉 나의 눈 앞에 저 채소는 바로 내 몸의 피와 뼈와 살이라는 것이다. 우리 몸도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데 사시사철 환경에 순응하며 견디고 숨쉬며 자란 채소를 선택하여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발걸음이 그릇가게에서 멈춰 섰다. 손님접대용 머그잔이 필요했다. 매장에 진열된 머그잔의 바닥을 들여다보며 어느 것이 국산인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국산이랑 중국산이랑은 가격차이가 많이 났다. 국산은 만원, 중국산은 이천원이었다.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국산을 선택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과 한푼이라도 아껴 돈을 모으려면 중국산을 사서 눈 앞에 이득을 추구하고픈 마음이 충돌했다.

십분 가량 머그잔 진열대 앞에서 머리를 갸우뚱하다가 국산을 선택했다. 시민 개개인의 바른 소비는 곧 건전한 미래에의 투자와 마찬가지이다. 국산을 선택하면 한국사람이 돈을 벌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앞으로 남은 생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도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막연한 미래의 어느 날이 오기도 전에, 당장 내일 무릎이 아파 걸음을 걷지 못하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는 못한다. 사지육신이 건강헤 실천할 수 있을 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실천한다면 보람이 하나둘씩 쌓여가지 않을까? 한꺼번에 갑자기 모든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노력하고 습관으로 만들어 간다면 지역경제와 나 자신의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육체가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될 지는 몰라도,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우리가 죽어서 영혼이 육체를 떠나면 우리들은 이미 한줌의 흙이라는 것을 미리 예상할 수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흙이 되어야 할까? 어떤 삶을 살아야지 자연과 어우러진 촉촉이 양분을 머금은 뽀송뽀송한 흙이 될 수 있는지 궁리해 보게 된다.

한가득 양손에 재래시장에서 장 본 물건들을 들고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너무 무거워서 양팔이 빠질 듯이 아팠는데 비록 육체는 잠시 약간의 고통이 있을 지언정 정신적으로는 기쁨과 성취감으로 충만하고 뿌듯했다. 부디 노년까지도 신체가 건강해 시내버스를 타고 장바구니를 챙겨서 재래시장으로 장을 보러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많은 시민들이 재래시장을 애용하여 우리나라 농업인들과 영세소상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 수 있기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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