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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수련은 아침햇살을 보며 꽃봉오리를 열고 해지는 저녁에 고개를 떨군다. 사람들의 시선은 꽃봉오리의 아름다운 속살에 비명을 지르기도 하지만 연못 속의 비밀과 그 비밀을 품고 피어나는 수련의 생명력을 더욱 궁금해 한다. 진흙과 어둠과 잡다한 것들로 오염돼 있을 것이고, 이 모든 상처를 품으며 하루에 한 번 피어나는 처녀성에 놀라워한다.

이처럼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두근거린다. 아침햇살도 수련을 보며 두근거렸을 것이고 노란머리연꽃, 부레옥잠도 두근거렸을 것이다. 이처럼 꽃들은 두근거림의 비밀을 하나씩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나비들도, 나무들도, 새들도 두근거린다. 사람들은 사랑을 위해 두근거리고, 낯선 경험 앞에서 두근거리며, 살기위해 두근거린다. 그 속에 순환과 질서와 생의 가치가 있다.

봄인가싶더니 여름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름다운 것들은 더디게 오고 허망하게 돌아간다. 봄은 항상 엉거주춤 오는 듯 마는 듯 애태우더니 꽃망울 터트리기가 무섭게 달아났다. 꽃들은 자신들이 언제 피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피고 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꽃이 필 때부터 추락을 예비하는 것은 열매나 씨앗이 되는 순환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 운명으로부터 달관하고 자연에 순응하려는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여름의 숲은 강성하고 자연의 들숨과 날숨은 온 산하를 출렁거리게 한다. 햇살도 작심한 듯 불을 내뿜듯 쏟아지고 있다. 자연은 항상 명료하고 제 갈 길은 가는데, 인간은 불안과 번민과 욕망의 늪에 빠져 있다. 그래서 자신의 상처를 기억하지 않으려는 상실증에 걸려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잃는 것과 같다. 모든 아픔을 품고 있는 자연과 대조적이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이어령 명예위원장과의 만남은 언제나 앙가슴 뛰게 한다. 그 두근거림의 속도가 빠르고 크다. 청춘들은 밤낮없이 일해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지자체마다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며 도시를 흉물로 만들고 있는데, 진정으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마인드마크라는 것이다. 도시마다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것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것이 곧 마인드 마크인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의 마인드 마크는 무엇일까. 역사, 공간, 자연, 그리고 사람의 가치 속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청주의 역사는 화려하지도 근엄하지도 분명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나서야 할 때 나서고, 일어서야 할 때 일어서며, 피를 토해야 할 때 토했다. 국가와 민족과 지역을 위해서 말이다. 공간 역시 웅장하거나 미려하지 않지만 사랑과 아픔을 보듬고 살아온 기억의 저장소가 얼마나 많던가. 공간은 역사를 낳고 사랑은 낳는다는 진리를 만날 수 있는 곳 말이다.

푸른 숲과 맑은 호수, 기름진 평야와 가르마 같은 길은 청주만의 자랑이 아닐까. 오창호수공원, 산남동 두꺼비생태공원 등 도시의 문명을 품은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자신만의 결과 향을 만들어 왔다. 청주가 생명문화의 도시로 주목받는 것은 이처럼 역사, 공간, 자연, 그리고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그 아픔을 견뎌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청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아니, 역사상 최고의 기회가 왔다. 위기라 함은 무분별한 개발, 무질서, 불친절, 배타주의가 될 것이고 기회라 함은 통합청주시 출범과 함께 역사와 문화예술, 그리고 자연과 관광자원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진 것이다. 인생의 향기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품어 나온다는데 도시의 향기도 그러하지 않을까. 그러니 시민이여, 두근거려라. 잠자고 있는 마음의 깊은 곳을 때려라. 새로운 날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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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