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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9.29 13:41:06
  • 최종수정2014.09.29 13:41:06

백경미

충북여성발전센터 연구개발팀장

조선 최고의 학자 퇴계 이황과의 사랑으로 유명한 단양의 관기 '두향'이라는 인물이 있다. 천원짜리 지폐에는 이황이 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퇴계는 매화를 사랑했는데 이는 두향과의 일화에서 비롯되고 그 유명한 매화집은 이황이 단양군수로 있었던 동안 두향과 주고받았던 시가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한다. 두향은 매화를 좋아하고 시문에 능하였지만 아쉽게도 작품이 전해지지 않아 황진이나 매창과 같이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조선시대 기녀들은 유교의 엄격한 도덕의 제약에서 벗어난 사람들이었고 신분의 특수성 때문에 학문과 교양을 겸비할 수 있었던 특이한 존재였다. 그들은 사회적 신분계층상 천민이기에 사대부가의 아녀자로 편입될 수 없는 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선조 삼종지도의 윤리관에서 벗어나 재능이나 지식 등에서 엘리트적 요소를 지닌 자유인일 수도 있는 모순된 이중성을 가졌다. 즉 규방의 여성들이 남성 중심적 체제에 순응하는 삶은 살았다면, 이러한 틀에서 벗어난 기녀들은 자유로운 여성으로 삶이 가능했으며 조선조 사회 부조화와 성에 대한 이중성은 기녀들의 억압된 의식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특수한 여성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사대부와 문화를 교류, 향유하면서 남성과의 관계에서 절개, 사랑의 타자로 남은 삶이 전부가 아니라 기녀라는 특수한 엘리트적 요소와 성에 대한 이중적 기제에서 배태된 주체성이 발현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기녀는 약한 자면서 천한 신분이었다. 그래서 때로 세상에 능멸 당한만큼 세상을 능멸하기도 했고, 세상을 사랑한 만큼 세상으로부터 기림받기도 했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이 어느 새 흔적없이 잊혀진 것도 그들이 가진 독특한 지위 때문이다(대표기녀10명을 선전하며, 문화콘텐츠닷컴 中). 두향 역시 퇴계이황과 9개월간의 사랑 이후 스스로 관기에서 물러나고 퇴계가 세상을 떠나자 강선대에서 몸을 던져, 무덤과 비석만으로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대학자와 시문을 교류하고 영감을 줄만큼 시문에 능했다고 하지만 작품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조선 최고 학자와의 일화에도 불구하고 두향에 대한 기록이 좀처럼 남겨지지 않고 일화자체에 대해서도 반론이 많은 점은, 이황이 조선성리학의 기초를 세운 대학자라는 점에 석연치 않은 여운을 남긴다. 이황이 기초를 세운 성리학이 서서히 조선사회를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질서로 재편하면서 그와 교류하고 연이 깊었던 기녀 두향이 역사속에 은폐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충북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역사속 여성인물 발굴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물이 풍부하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앞섰지만, 조선시대 성리학적 여성학자 강정일당, 태교서를 쓴 이사주당, 독립운동가 어윤희, 임수명, 한국최초 여성목사 전밀라, 통일의 어머니 류금수 외 박병선, 지현옥 등 이미 재조명할 인물들이 어느 정도 선별되었다. 두향은 가부장제의 산물이라는 신분, 작품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한계 때문에 수록여부가 불투명하지만, 한 인간, 한 여인으로서 품위와 자존을 지킨 특수한 신분과 정체성을 가진 그녀의 삶에 묘한 끌림이 있음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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