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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7.21 14:13:23
  • 최종수정2014.07.21 14:13:23

백경미

충북여성발전센터 연구개발팀장

늦은 저녁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다 종편 한 프로그램에 몰두하게 되었다. 고부간 발생할 수 있는 일상의 갈등에 대해 시어머니 입장, 며느리 입장의 패널들이 등장해 설전을 벌이는 프로그램인데, 이번 주제는 '그래도 아들은 하나 있어야지'로 남아선호사상에 대한 얘기가 소소하게 펼쳐졌다.

남아선호사상, '딸을 낳아야 비행기 탄다', '아들 낳아 키워 봤자다'고들 하지만 한국사회 여성들은 사실상 태어나면서부터 남자형제와 다른 처우를 받아왔고, 가정을 이루고는 '그래도 아들을 낳아야지'라는 스트레스에 한번쯤은 모두 시달렸을 것이다. '그래도 아들'을 외치는 강경한 시어머니 입장도 가부장제를 실천하는 시월드 입장의 이면에는 차별받는 여성으로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심리가 숨겨져 있을 지도 모르겠다.

모든 한국 여성들과 비슷하게 필자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께 실망을 안겨드렸다. 부모님은 일찌감치 첫아들을 보시고 다음으로 딸을 낳았지만 아들하나로는 부족하셨는지 '아들 하나 더'를 원하셨단다. 그리고 원하셨던 대로 그 아들을 얻으셨지만 불행히도 그 아들과 부모님과의 연은 한달을 넘기지 못했고 아들을 얻기 위한 부모님들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다음으로 태어난 딸, 또 다시 딸.. 그렇게 주위의 실망 속에 필자가 태어났고 부모님은 이번에는 꼭 아들을 낳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셨다. 돌림을 하면 같은 성의 동생을 본다는 어느 작명가의 조언으로 필자는 언니들과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그 덕에서인지 우리집에 드디어 남동생이 태어났다. 그리고 부모님의 가족계획은 막을 내렸다.

실망과 함께 태어난, 아니 일찍 생을 마친 오빠가 아니었다면 태어나지도 못했을 출생의 비밀(?)을 가진 우리 자매들은 노골적이진 않지만 소소한 차별을 경험하며 성장했다. 엄마는 대식구의 밥을 푸실 때도, 수저를 놓을 때도 아버지, 오빠, 동생, 다음은 딸들, 그리고 당신, 그 순서를 잊지 않으셨다. 딸은 항상 후순위, 어머니는 마지막 차례라는 서열을 절감하며 남자들과 다른 양보와 희생의 정체성을 품고 그렇게 성장했다.

가정을 이루고 딸아이를 낳았을 때, 친정엄마는 첫아들을 안긴 두 언니들의 출산 때와 달리 시부모님께 당당하지 못하셨다. 딸을 낳아서 실망하진 않았지만 친정엄마 때문에 슬픈 필자의 출산 경험이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프로그램에 의하자면 세상이 그때와 그리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명칭을 바꾸고 성차별 금지에서 양성평등의 전략을 추구하는 시대지만 '그래도 아들 하나는 있어야지', '그래도 남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우월주의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중심이고 주체라고 인식하며 지배와 종속의 원리에 익숙한 남성들과 달리 언제나 타자를 위해 양보와 희생을 요구받아온 여성들은 타자와의 관계, 사람에 대한 책임감에 익숙하다. 어릴때부터 남자형제들에게 음식과 용돈을 양보하며 관계의 미학과 타자에 대한 윤리학을 터득한 것이다. 가부장제의 골이 깊은만큼 남성우월적 사상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진 않지만 지배종속의 원리 보다 관계와 타자의 윤리학이 지배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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