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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미

충북여성발전센터 연구개발팀장

충격과 지옥의 수요일을 겪고 우리는 아직까지 가슴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뉴스를 볼 수도 안 볼 수도 없고 가슴만 쓸어내리지만 4월16일 그 아침 이전으로 시간을 돌려놓을 수가 없음이 통탄스럽기만 하다.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긴 세월을 뉘우치고, 거듭나야만 무고하게 죽은 꽃같이 예쁜 우리 아이들에게 백만분의 일이라도 덜 미안할 수 있을까!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수 일째,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까지 세월호는 바닷속에 잠긴 상태이고 백명이 넘는 생명이 아직 실종자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이 안타까운 상황에서 희생자 가족의 상심과 슬픔,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 있겠는가· 요즘만큼 아무 일 없는 일상이 권태가 아닌 소중한 행복임을 절감하고, 옆에 있는 지인들이 감사한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내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하는 것도 너무 죄스럽지만, 그럼에도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밥을 먹고,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벌어지는 기쁜 일에 잠시 웃기도 한다.

그 누구도 살아남은 것 자체가 죄일 수는 없지만 우리는 먹고 일하고 살아있다는 이유로 모두가 죄책감을 느끼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단원고의 교감선생님은 구조되고도 죄책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침몰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 유서에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역력하다.

안타깝지만 이 대형참사가 더 이상의 비극을 낳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구조자와 가족들의 안전과 위로 그리고 대책마련에 더 신경써야할 때인 것 같다. 어린 생명들에 대한 슬픔과 미안이 지나쳐 분노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마땅히 비난받거나 처벌 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기심을 보여준 선장과 항해사들, 비극을 기회삼아 한몫 챙겨보려는 사기꾼들,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정치인들까지.

하지만 분노의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상처받은 구조자나 가족에게 간다면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교감선생님은 비난이 없었더라도 스스로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살아남은 다른 많은 생명 역시 여린 숨결만 붙은 채 간신히 버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월호에 올랐다는 이유로 평생 동안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비극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그 자체로 너무 무서운 형벌이다.

분명 이 참사는 일부 개개인만의 잘못이 아닌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안전불감증이 낳은 결과다. 더 이상 분노의 화살이 개개인에게 더 큰 비극을 초래하면 안되며, 관련 해운사, 감독청, 구조기관에게는 확실한 책임과 처벌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에게는 국민의 분노를 가라안칠 책임이 있다. 대형참사가 터질 때마다 대책이 세워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대형 참사는 잊혀질만하면 다시 찾아오기를 되풀이했다. 그리고 결국 이번에는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낳았다. 안전에 대한 정부의 불감증 때문이다. 정부는 확실한 안전 매뉴얼을 마련하여 적어도 인재로 인한 대형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를 국민으로서 요구하며 우리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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