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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7.23 13:14:30
  • 최종수정2014.07.23 13:14:30

김형식

행정초등학교 교감·아동문학가

박상률 선생이 지은 '미리 쓰는 방학일기'라는 동화책이 있다. 저학년용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다. 5편의 짧은 동화가 실려 있고 그 중에 '미리 쓰는 방학일기'는 귀여운 슬기와 슬민이의 이야기이다.

슬기와 슬민이는 방학이 되면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곤하였다. 시골 친구들과 강아지와 시골길을 뛰어다니며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방학을 보냈다. 엄마는 틈만 나면

"숙제 다 했니?", "일기는 썼고?"

라고 물어 보시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애들은 그저 열심히 놀고 건강한 게 최고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느라 한 달 동안 방학 숙제를 하나도 안 해서 엄마한테 야단맞았다.

지난 여름방학에 그렇게 놀았으니 이번 방학엔 아예 시골 할아버지 댁에 못 가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기막힌 생각을 짜내게 된 것이 숙제를 미리 다 해놓는 것이다. 준비물이 필요 없는 일기 먼저 써 놓는 것이다. 지난 방학 때 했던 일을 생각하며 일기를 썼다. 물론 날씨 칸은 비워 놓고 방학 마지막 날까지 일기를 썼다.

참 귀여운 생각이다. 지난 방학과 지금의 방학은 계절이 다른데 일기를 썼으니 얼마나 엉뚱한 일기가 되었을까· 절로 웃음이 난다. 나는 어렸을 적에 미리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서 쓰고 날씨는 생각이 안 나서 엉터리로 썼던 기억이 난다.

1학년 여름방학 때 숙제를 안 하고 실컷 놀다가 개학날 아침에 숙제를 했다.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그 꼴을 보고 화가 나셔서 나를 떼놓고 혼자 학교로 출근하셨다. 내 든든한 응원군이셨던 할아버지께서 도와 주셨다. '영이는'을 '옝이는'이라고 불러 주시고, '학교'는 '핵교'라고 불러 주셨다. 그걸 어떻게 쓰냐고 징징 울며 할아버지에게 골을 부렸다. 그러면 공책 옆에다 써주셨다. 글자는 바르게 쓰시는데 사투리를 쓰셔서 받아쓰지를 못했다. 학교 들어가 첫 번째 맞은 방학을 끝내면서 혼쭐이 난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 방학도 별 수 없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숙제하라는 말씀을 입에 달고 계셨었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 했으면서도 참 미련스럽게 방학숙제를 내곤 했다.

학생들에게 '방학숙제 이것만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설문을 했더니 일기쓰기가 41.4%, 문제풀기 17.2%, 체험보고서 쓰기 13.1%, 독서 감상문 10.1%라는 통계가 나왔다한다. 일기쓰기가 제일 싫은 숙제였다는 것이다. 글 쓰는 실력을 늘리고 하루를 반성하는 삶을 살라고 일기를 쓰라하지만 쓰기도 싫은 일기를 매일 써서 글 쓰는 것 자체를 질리게 하고, 어른들도 매일 반성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매일 반성할 것을 강요한 것이다.

모든 학교들이 방학을 하였다. 방학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일과표 짜는 일이다. 이것도 참 무의미한 일이다. 언제 일과표대로 생활한 적이 있는가? 지키지도 않을 일과표 짜는 일은 집어 치우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도록 시간을 주자. 엄마가 짜준 일과표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게 하지 말고 방학이면 '야호! 즐거운 방학이다' 하는 함성이 절로 터져 나오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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