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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행정초등학교 교감·아동문학가

올해는 유난히 이팝나무 꽃이 환하다. 예전에는 청주의 동부우회도로 가로수로만 생각했는데 요즘엔 눈을 돌려 보면 거의 가로수가 이팝나무 같다고 느낄 정도이다. 하긴 벚꽃 필 때는 가로수가 온통 벚나무로만 보였었다. 봄꽃에 묻혀 황홀해하며 호강하고 있다.

이팝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이밥'이고, 다른 하
나는 '입하(立夏)'이다. 전자는 꽃의 상징을, 후자는 개화기를 뜻한다. '이밥'은 이팝나무의 꽃을 조선왕조의 왕족이나 지배자들만이 주로 먹었던 쌀밥에 비유한 것이고, '입하'는 24절기 중 하나에 비유한 것으로 꽃 피는 시기가 '입하' 무렵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이 '입하'였으니 때는 얼추 맞는 셈이다. 이팝나무에 꽃이 피는 '입하'는 시기적으로 서민들의 삶이 가장 힘든 '보릿고개'였다. ·배고픈 서민들의 눈에 그 흰 꽃이 쌀알로 보였을 것이다.

이팝나무는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에 사는 나무여서 눈에 띄지 않았던 듯싶다. 기후의 온난화로 식물이 자라는 지역도 바뀌면서 우리 가까이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400여년을 자란 나무도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들은 주로 전라도, 경상남도 지역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순천 평중리를 비롯해 고창, 광양, 진안, 양산, 김해 등지에 천연기념물 이팝나무가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이팝나무의 꽃을 보고 풍년일지 흉년일지를 점쳤다고 한다. 꽃이 많이 피면 그해 풍년이 든다고 믿었고 꽃이 적게 피면 그해 흉년이 든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팝나무 꽃이 환하게 핀 것을 보니 아마 올해도 풍년이 들 모양이다.

지금 들에는 모내기가 시작되고 있다. 메말랐던 논에 물 잡아 놓고 논을 갈고 매만져 모를 심고 있다. 예전에는 모내기를 하기 위해 논에다 물을 대는 일이 큰일이었다. 기계로 모를 심을 때가 아니어서 모내기 시기가 몰려 있었다. 봄 가뭄이라도 들면 모내기 때맞추어 서로 물을 대려고 하기 때문에 종종 싸움이 일기도 했다.

어렸을 적 우리 어머니는 논둑에서 밤을 새는 일이 다반사였다. 물꼬를 틀어 논으로 물 댈 차례가 와도 주인이 지키고 있지 않으면 다른 논 주인이 자기 논으로 물꼬를 틀어 버리기 때문이다. 논이 많지도 않고 다섯 마지기인데 참 어렵게도 농사를 지었다. 지금은 그 시절 이야기를 추억처럼 떠올려 우리들과 같이 하신다. 그 어려운 시절을 떠올려 즐겁게 이야기 하는 것은 그만큼 잘살게 된 덕일 것이다.

낮에는 뻐꾸기 울고, 밤에는 모심은 논에서 개구리 울고, 이팝나무에 이어 아카시아 꽃 피고, 찔레꽃 피고, 산딸나무 꽃, 때죽나무 꽃까지 피어 온산, 온들 천지가 하얗게 꽃구름이 일고 있다. 그 달디 단 향기는 5월을 흠씬 적시며 흘러내리고 있다. 가장 예쁜 초록빛 잎에 햇살이 비치면 그 그늘에 숨은 하얀 꽃들이 눈부시게 빛난다.

아픔이 얼른 치유되어 모두가 환한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팝나무 환한 이 계절에 조선 왕족들만 배불리 먹던 쌀밥을 우리가 배불리 먹게 되었다고 모두가 배부른 세상은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배고파 굶주리는 이웃이 있는지도 둘러 보아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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