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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호

청석고 교사

'설이 지났다. 혼기 찬 처녀·총각들 또 엄청 시달렸겠다!'

혹시 자식 결혼을 앞두고 사주단자나 '혼서(婚書)'때문에 고민해 본 분이 있을 줄 안다. 사전을 찾아보면 혼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혼인 때 신랑 집에서 예단과 함께 신부 집으로 보내는 서간. 혼서지·예장지(禮狀紙)라고도 한다. 두꺼운 종이를 말아 간지(簡紙) 모양으로 접어서 쓰는데, 오늘날에는 흔히 인쇄한 혼서지를 사용한다'

작년 12월에 아들 녀석 장가를 보내며 혼서의 서식에 대해 살펴봤다. 전통적인 방식의 한문 서식은 너무 어렵고, 번역된 한글 예문 또한 너무 근엄했다. 물론 조상님들의 지혜가 만들어낸 법도이긴 하나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곤혹스러운 일처럼 여겨졌다. 나대로 써 보리라 하고 문방구에서 구입한 한지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컴퓨터로 작성하여 사주단자와 함께 보냈다. 사돈댁에서도 만족해하셨단 말을 듣고 그런대로 머릿속에 끼었던 안개가 가시는 듯하였다. 감히 소개해 본다.

존경하는 사돈, 사부인께

먼저 사돈댁 내 두루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계사년 한 해도 이제 그 뒷모습을 보이며 세월의 저편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는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과 딸이 가약(佳約)을 맺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현장에 행복한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 애들은 '부부'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맺어져 한 가정의 '남편'과 '아내'로서 아름다운 삶을 시작할 것이고, 더불어 그 아이들의 부모인 우리는 '사돈지간'이란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이지요.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닙니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낯선 타인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사돈댁과 우리가, 아이들이 갖게 된 사랑의 끈으로 이어져 이제 아주 가까운 사이로 거듭났다는 현실이 말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 아니라 불행이라 말하는 이도 있지만 이렇게 우리 아이들이 서로 만나고,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가고, 이제는 결혼을 몇 발짝 앞두고 있다는 진실을 음미해 보면 삶의 신비로움이 가슴을 온통 채우는 듯합니다.

존경하는 사돈·사부인, '화목'이를 예쁘게 키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소의 망설임이 없지 않으셨을 터이지만 저희 며늘아기로 허락해 주시고, 여러모로 부족한 저희 자식 '한솔'이를 사돈과 사부인의 사위로 기꺼이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에겐 우리의 아이들이 지혜롭고 올곧은 선택 속에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가장 따뜻한 눈길로 지켜주며 격려해야 할 일이 남은 셈이지요. 그러려면 우리가 오래도록 건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돈께서 몸이 불편하시다는 소식은 저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이겨 내십시오. 꼭 이겨내시리라 저희 부부는 굳게 믿으며 쾌유를 기원하겠습니다. 사랑으로 낳고 키워온 우리 아이들이 한 쌍의 새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두고두고 지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혼식장에서 뵙겠습니다. 총총 이만 줄입니다.

2013. 11. 29.

아내와 함께 마음을 모아, 신랑 한솔 아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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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