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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1.21 14:15:43
  • 최종수정2014.03.19 13:56:32

방광호

청석고등학교 교사

'선생님께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은 게 처음이었어요.'로 시작된 사연은 구구절절 제법 길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별 기대는 없었는데 뜻밖의 답장에 놀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뻤다고 했다. 오래전 어느 학생의 편지 내용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저만큼 앞둔 학교에서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우리 모두에게 '국군장병 아저씨께'라는 제목의 위문편지를 쓰게 했었다. 어렵사리 연필에 침 발라가며 꾹꾹 눌러 나름대로 성의를 다해 쓰고선 답장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내게 '국군장병 아저씨'는 어디에도 없었다. 애초에 그들은 허상이고 허깨비였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 위문편지 쓰기라는 의식은 나에게 그저 억지로 치러야 할 재미없는 연례행사였을 뿐!

그런데 그 비밀의 해답은 뜻밖에도 내가 직접 군 생활을 하며 풀 수 있었다. 대부분의 군인은 또래의 여자(는 있지도 않았지만)나 여고생, 적어도 여중생은 몰라도 코흘리개 초등생이나 까까머리 남학생들의 편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러니 눈먼 여고생의 편지라도 날벼락처럼 날아든다면 모를까 상투적인 내용을 지지리 궁상으로 나열한 다음 염치없이 '답장을 바란다'는 우리 어중이떠중이들을 위한 답장이 국군 장병 아저씨들에게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끗발 있는 부대나 적어도 전방 수색대에서는 처치 곤란이었다나 뭐라나 하는 그런 고상한 편지는 전방 말단 부대 화기소대에 근무했던 내게 감나무 밑에 누웠다가 홍시로 얼굴을 적시는 일만큼 까마득했다는, 빌어나 먹을 사실을!

그때 나는 완전군장을 하고 전투에 임하듯 뾰도독 이를 갈며 비장한 결심을 했었다. '우씨, 나는 원수에게라도 답장을 할겨!' 대학 시절엔 친구의 연서며, 군대에선 고참들의 '미지(未知)의 소녀에게'까지 대필을 해 주며 편지에 대한 한(?)을 풀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치기 어린 행동이었지만 가끔은 강권에 의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교사가 되고 나서 학생들이 보내오는 카드나 엽서, 편지를 가리지 않고 나는 누구든 답장을 보내주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자신 없는 문장들에 대한 염려로 지레 겁을 먹고 망설이다가 의외의 편한 답장을 받고선 별거 아니었다는 듯 신기해하며 연이어 답신을 보내와 귀찮았던 때가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내 어린 시절의 쓰디쓴 기억은 버릇처럼 펜을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낀 연말과 연초에 카카오톡이나 메시지를 통해 수없이 받은 인사말들, 그것들은 왜 조금도 기쁘지 않았을까. 그런 인사를 받으면 으레 거기에 상응하는 분량의 문자로 재발신하듯 습관처럼 답신을 날렸을 뿐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매우 풍요로워졌고, 우리의 삶의 질 또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그러나 풍요와 편리함 속에서 정작 우리는 작지만 소중한 것을 잃었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기쁨 하나를! 오늘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누군가에게 손편지는 그만두고라도 잠시 추억의 열차를 타고 그리운 시절로 동행할 수 있는 긴 메일이라도 한번 띄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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