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연말을 맞아 지체장애인 학교인 청주혜화학교 초등부 학생 30여명을 인솔하고 문화시설을 관람할 기회를 가졌다. 문화시설 중에서도 미술관을 관람키로 학교관계자들 및 아동미술연구가인 김경민 씨 등과 논의를 했다.

그런데 곤란한 문제에 바로 봉착하고 말았다. 불행히도 청주 권에는 미술관이 없기 때문이다. 사설미술관이나 화랑을 답사하려 했으나 모처럼의 나들이 길이 너무 단조로웠다. 청원군립 미술관인 대청호미술관을 생각해봤으나 단조롭기는 매한가지였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청주 권의 문화시설 거의가 슬로프 계단을 갖추지 않았다. 이럴 경우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들의 관람은 불가능하다.

하는 수 없이 과천 현대미술관을 가려 했으나 지체장애인들에겐 너무 먼 여행이었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이 둔산에 있는 대전 시립미술관이었다. 휠체어를 밀어줄 자원봉사자 10명을 청주시 자원봉사센터로부터 지원받았다.

특수학교 아동, 교사, 자원봉사자, 인솔자를 실은 특수차량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대전으로 향했다. 이 학교 특수차량은 장애아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도 상하로 움직이는 계단인 리프트를 이용해 승하차가 가능하고 차안에서도 휠체어를 탄 채로 안전벨트를 매도록 설계돼 있다.

혜화학교 교사들과 노란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장애학생들의 휠체어를 밀면서 나들이를 도왔다.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은 모두가 함박꽃처럼 활짝 피어 있었다. 남을 돕는 즐거움은 그들만의 보람이요 행복인 듯 했다.

지난 1995년에 착공해 1997년에 완공된 대전 시립미술관은 대전시민의 정신적 영양소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이다. 대전 예술의전당과 쌍둥이처럼 이웃하고 있는 이곳에는 안개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유치원생, 중·고교생, 시민관람객이 넘쳐났다. 지하 1층 지하2층 규모로 지어진 대전 시립미술관에는 천경자, 박노수 씨 등 화단의 원로들이 참여하는 29회 예술원미술전 서울전시에 이어 대전전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크고 작은 기획전은 물론 상설전이 일년내내 열리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미술인들의 둥지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대전, 충남 시민에게 차원 높은 예술을 제공하는 문화의 샘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구상계열에서 비구상,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가늠케 했다. 청주에서 지체장애 아동들이 관람왔다는 소식을 듣고 미술관 측은 무료입장에다 해설사를 붙여 자세히 설명해줬다. 지체장애인을 예술현장으로 안내했다는 보람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왜 청주권에는 이같은 미술관이 없는 건지… 자치단체에서는 틈만 나면 충북이 예향(藝鄕)이고 청주가 교육도시, 문화예술도시라고 게거품을 품지 않는가 말이다. 그렇게 문화예술이 찬란한 고장에서 어째서 미술관 같은 문화의 기초 인프라도 구축하지 못했단 말인가.

진작에 이같은 문화시설을 갖추었더라면 비 내리는 경부선 고속도로를 오가지 않아도 될 일이다. 문화시설이 빈곤하다는 점을 한탄만하고 있을 게 아니라 늦었더라도 보완해나가면 될 것이다. 충북도는 최근 주중동 밀레니엄 타운에 350억 원을 들여 도립미술관을 지으려 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충북도의회 건설문화위는 미술관 타당성용역비 5천만원을 전액 삭감해 버렸다. 참으로 유감스럽다. 만만한 게 문화예산인가. 도의회는 운보타운이나 사직동 구 국정원 부지를 이용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는데 이는 실정을 잘 모르는 얘기다. 운보타운엔 사설미술관인 ‘운향미술관’이 있긴 하나 운보의 예술혼을 기리는 목적에서 세워진 것이고 성격이나 규모 상 공공미술관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사직동 구 국정원 부지는 공공건물이 들어서기에 안성맞춤인 노른자위 땅이다.

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은 미술관을 포함한 수족관 등 복합문화시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국 어딜 가보아도 도립, 또는 시립미술관이 복합건물 형태로 지어진 곳은 한 곳도 없다. 미술관은 독립청사여야 한다. 미술관은 화랑과 달리 박물관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되고 관리되는 곳이다. 시립미술관과 도립미술관이 양립하면 중복 또는 상충되는 게 아니라 다다익선이다. 삭감한 예산을 제자리에 올려놓고 꼭 도립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자존심이 선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