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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노력 물거품"… 21회 장애인동계체전 난데없는 실격패

경기 전날 대표자 회의 불참 이유 경기 직전 '최종 실격' 통보
3년 연속 시상대 오른 이충민 포함 윤상민 선수까지 쓴잔 들어
'무자격 선수 출장'으로 판단되면 내년 대회 출전도 불투명해

  • 웹출고시간2024.02.26 18:16:01
  • 최종수정2024.02.26 18:16:01

지난 2022년 중국 장가커우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보드크로스 준준결승 경기에서 설원을 질주하고 있는 이충민 선수.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충북일보] '21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최근 막을 내린 가운데 충북 스노보드 선수들이 경기 전 난데없이 실격 처리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설상 종목 불모지였던 충북에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메달을 안기며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이충민(38) 선수를 포함해 윤상민(24) 선수까지 내년 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26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충북 스노보드 선수들은 본 경기를 한 시간여 앞둔 지난 18일 오전 8시께 실격을 통보 받았다.

경기 전날 열린 '대표자 회의'에 충북의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의 발단은 충북도장애인체육회의 '지각 불참'이다.

대표자 회의는 보통 종목별 각 시·도 지도자와 인솔코치 등이 참석해 선수들의 대진표와 경기레인 등을 정한다.

충북은 스노보드 종목의 지도자와 코치가 전무해 도장애인체육회 직원이 참석하기로 했으나 회의장에 10분가량 늦게 도착했다.

그 사이 회의가 끝나면서 충북은 경기 세부 운영 내용을 정하는 데는 관여하지 못했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참가하는 데는 아무 탈 없어 보였다.

이충민 선수가 소속된 국가대표팀 감독을 통해 충북 선수들의 경기 출전 여부를 확인했고, 선수별 레인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경기 순번이 적힌 조끼도 충북을 포함한 모든 선수에게 분출되면서 대회는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다.

문제가 불거진 건 경기 당일이다.

남자 스노보드크로스 상지부의 시작종이 울리기 1시간 30분 전께 경기도장애인스키협회에서 대표자 회의에 불참한 충북이 경기에 출전하는 건 부당하다고 이의 제기한 것이다.

경기를 주관하는 대한장애인스키협회는 소청심의위원으로 구성된 심판·경기·운영 위원 등의 검토를 거쳐 국제 규정을 근거로 충북 선수들에게 최종 '실격'을 통보했다.

충북도장애인체육회도 "대표자 회의에 불참했다고 해서 소속 선수를 실격 처리한다는 내용은 국제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며 즉각 반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한장애인스키협회 관계자는 "대표자 회의에서 충북 관계자가 아닌 국가대표팀 감독을 통해 소속 선수의 출전 여부를 확인한 절차상 문제가 있긴 하다"면서도 "국제대회의 사례를 보면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팀은 실격 처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대회 폐막 후 국제스키연맹으로부터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팀의 선수는 출전 자격이 없다'는 답변도 받았다"고 말했다.

충북도장애인체육회는 대표자 회의에 불참했다고 해서 경기 출전 자체를 막아서는 건 과하다는 입장이다.

도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국제 규정에 해당 내용이 명시돼 있는 것도 아닌데 융통성이 발휘되지 않아 아쉽다"며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 시·도 위주로 경기 순서나 레일을 정하는 데 우선권을 주고, 나머지 시·도는 뒤로 미루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방향이 적절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 주최 측과 충북도장애인체육회가 언왕설래하는 사이 피해는 오롯이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해당 경기를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이충민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대회가 전국(동계)체전인데 1년간 열심히 훈련하고서도 경기장에 발을 딛지 못해 허탈하다"며 "선수로서 경력을 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의도치 않은 걸림돌을 만나 타격이 심하다. 메달 포상금을 놓친 데다 앞으로 훈련비 지원 등에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어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염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번 대회에서 다름아닌 '실격'으로 처리된 탓에 차기 대회 출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두 선수의 걱정거리다.

이번 사례가 규정에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는 않으나 '무자격 선수의 출장'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어 차기 대회 출전이 원칙적으로 금지될 소지가 있다.

관련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차기 대회 참가를 허용할 수 있다고 단서 조항이 달려 있지만, 불확실성이 크다.

당초 해마다 스노보드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충북을 견제하기 위해 이번 이의 제기가 이뤄졌다는 시각이 팽배한데, 장애인스키협회조차 조직돼 있지 않은 충북의 입장이 제대로 피력될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충북도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협회나 지도자, 코치가 따로 없는 종목의 경우 단기 지도자라도 고용하는데 이번 스노보드의 경우에는 선수들이 개별 훈련하다 보니 그러지 못했다"며 "대회 기간만이라도 선수를 지원할 수 있는 방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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