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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아

청운중 전문상담교사

누군가 지금 우리 시대의 정서는 어떠냐고 묻는다면 '불안'라는 단어로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이란 자신의 안정을 위협하는 무언가로 인해 긴장의 상황을 유발하는 감정 상태로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불안을 그 원천에 따라 현실적 불안, 도덕적 불안, 신경증적 불안 세 가지 종류로 분류했다. 현실적 불안이란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위협에 대한 불안으로 현실적 불안에 반응하지 않으면 실제적인 고통이나 상해를 입을 수 있는 불안을 의미한다. 신경증적 불안은 자신의 본능적인 욕구를 통제하지 못할까봐 생기는 불안이며, 도덕적 불안은 본능적인 충동이 자신의 양심이나 도덕적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따른 불안으로 죄책감을 유발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느껴지는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코로나일 것이다. 돌연 등장해 한국에서만 만오천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킨 미지의 바이러스가 주는 긴장감은 3년째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처럼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오는 보편적인 불안과는 달리, 누구에게나 유난히 자신을 자극하는 불안이 있다. 최근 나를 너무나도 두렵게 만드는 불안은 바로 '쓰레기'다. 코로나로 인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진 배달음식과 택배로부터 나오는 쓰레기는 나에게 기쁨과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어김없이 죄책감과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그 원인은 나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현실과 별개로 내 아이의 미래가 나의 과거와 현재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까닭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환경이 오염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 녹아버린 남극과 북극의 얼음들, 아직도 썩지 않은 최초의 플라스틱과 같은 기사를 접할 때면 가슴 속에서 불안이 스물스물 올라오며 내 아이의 미래에 닥칠 오염된 환경까지 상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인류에게 실제로 닥친 위험이니 아마도 프로이드가 말한 현실불안에 해당할 것이다. 실제로 위험 요소가 많아질수록 그 불안은 커지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더하여 도덕적 불안까지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고백해본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가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택배와 배달이라는 시스템이 더욱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이로부터 오는 편리함을 누구보다도 충실히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나의 불안한 감정의 종착점은 바로 환경오염이다.

코로나 핑계로 밖에 잘 나가질 않게 되면서 그 지루함을 인터넷 쇼핑으로 달래본다. 주문한 택배를 기다리고 택배를 받으면 상자에 붙어있는 모든 스티커와 테이프를 제거한다. 내가 소비한 모든 캔과 플라스틱 통에 있는 비닐은 어김없이 칼로 잘라 제거하고 철저한 분리수거를 실천한다. 이것이 내가 누린 편리함에 대한 대가이며 나의 환경 오염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렇게 없앤 죄책감이 한 번에 밀려드는 때가 있는데 바로 아파트에서 일주일에 한 번 분리수거 물품을 모아 버리는 날이다. 분리수거함을 비우는 때마다 한 가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이렇게나 많은데 환경은 얼마나 빨리 오염되는걸까 반성하고 또 반성하지만 매번 돌아오는 분리수거일마다 지키지 못한 나와의 약속은 기어코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반복된 실패가 지겨워 이번주에는 택배와 배달음식 시키지 않기로 혼자 마음을 먹어보았다. 놓칠 수 없는 핫딜이라도 이번주만큼은 놓쳐보리라! 이른바 나의 단기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과연 내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로 웨이스트를(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 실천하기 전에 먼저 제로택배, 제로 배달음식으로 환경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어보려고 한다. 만약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정말 합당한 이유가 있는 생필품에 한정하려고 한다. 나의 아이와 다음 세대를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나의 불안을 낮춰보려고 한다. 부디 나의 도전이 성공적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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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