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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아

청운중 전문상담교사

몇 년 전 새로운 기관으로 발령이 나 첫 출근 한 날이었다. 기존에 근무하고 있던 새로운 동료가 나의 MBTI 성격 유형을 물어보았고 대답을 듣더니 "일 못하는 사람 아주 싫어하는 성격 유형이네요"라고 말하며 웃으며 지나갔던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심리학 전공을 한 나로서도 '성격유형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지?'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사람을 분류하는 것이 유행이 된 모양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MBTI'를 치면 한국인의 MBTI 분포 비율, 특징, 직업, 궁합까지 정말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쉽게 말해 내 성격유형을 알면 거꾸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자료다. 이러한 성격 유형이 젊은 세대에서는 하나의 밈(다양하게 변형돼 유행하는 문화적 요소)이 되어 웹툰, 노래, 개그 소재로 활용되기도 하고 심지어 TV 예능의 주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쩌면 서로의 이름을 묻듯 MBTI 성격유형을 묻고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구나 빠르게 판단하는 도구로 자리를 잡은 듯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취업시장에도 MBTI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한 회사에서 낸 채용 공고의 지원 자격에 특정 성격유형은 지원 불가, 선호하는 성격 유형을 명시해두었다. 성격 유형을 채용 기준으로 내세운데 약간 씁쓸한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필자인 나의 성격 유형은 지원 불가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일지도. 이제 개인의 성격 유형이 업무 활용에 필요한 자격증이나 영어 실력처럼 취업 스펙 혹은 누군가에게는 취업 장벽이 됐다.

MBTI검사는 재미를 넘어서 대박 난 심리검사가 됐다. MBTI는 심리학자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 모델을 바탕으로 개발된 성격 유형 선호 지표다. 검사는 내향-외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 인식 4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해 개인의 성격을 총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한다. 인간에게는 위 여덟 가지의 특성이 조금씩 다 존재하며 그중 어떤 성향이 조금 더 강한가 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검사다. 16개의 유형으로 분류돼 있는 검사지만 사실은 명확히 사람의 성격을 나누는 검사는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러한 성격 유형에 재미를 느끼고 열광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사람을 분류하는 어떠한 기준에 열광하는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이전 세대에는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나누었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사주팔자 명리학도 비슷하다. 신뢰도를 떠나 특정 기준으로 자신과 타인을 분류하고 파악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누군가를 판단하는데 드는 심리적 수고로움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 한다. 거기에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경험해가며 느끼고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해야 할 일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타인에게 드는 그러한 시간과 노력은 부담이고 낭비일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이러한 '유형'에 대한 기준이 나올 때 흥미를 느끼고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A형은 소심하다, B형은 까칠하다 등 4가지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던 때에 비하면 MBTI는 과학적이고 신뢰 높은 지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판단의 기준에 있어 전부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대학원 수업에서 한 교수님이 사람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타고난 성격은 변하지 않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성격 특징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성숙한 사람이다. 타고난 성향이 내향적이라도 필요할 때는 타인과 웃으며 소통할 수 있는 사람, 계획적이지 않지만 직장에서 필요한 업무는 체계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사람, 노력으로 사회에서 무리 없이 지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성숙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말이 종종 생각난다.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좋은 현상이지만, 자신과 타인을 심리검사 결과로 한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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