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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운기

전 하나은행 지점장

어린 시절에 역사를 공부하면서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고구려라는 큰 나라가 망할 때는 왜 그렇게 쉽게 망하는지, 연개소문 아들들은 바보같이 나라 망하는지 모르고 형제간 다툼이나 했는지, 신라가 망하는 것을 안 이는 마의태자뿐이었는지, 선조 임금과 대신들은 일본 도요토미의 침략을 어쩌면 그렇게 무방비로 맞았는지, 인조와 신하들은 사대주의 매몰되어 다시 청나라와 두 번의 전쟁을 치르며 나라 운명을 위기에 몰아넣으니 그들은 정녕 세상 보는 눈이 없는지.

모든 결과를 알고 있는 지금 해답은 쉽고, 결론도 간단합니다. 과거의 저들은 답답할 정도로 행동도 더디고 눈치도 전혀 없는 사람들 같습니다. 나라가 망하는데 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싸우며, 섬길 나라도 섬기는 나라도 존망을 다투는 때에 사대는 무슨 소용이 있었겠습니까. 왜란과 호란 전쟁의 참화를 겪고서도 효종 승하 후 어머니 격인 자의 대비 복상 기간을 1년으로 할 것이냐 3년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붕당을 지어 다툰 선조들을 생각하면 허허롭기만 합니다.

그러면 시간을 돌려 현재는 어떠할까. 혹 우리는 눈앞에 위기 상황이 있는데도 짐짓 모른 체하는 일들은 없을까,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몸담은 집단의 이익 때문에, 사는 지역의 이기주의 때문에 제대로 좀 더 멀리 떨어져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간과하는 일은 없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오래전부터 불평등 문제는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가져오고 이미 경제발전에도 장애 요소가 될 정도로 가장 심각한 문제임에도 해결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인구 감소 문제도 머지않아 닥칠 가장 큰 위기 상황임에도 출산율은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불평등이나 인구 문제 해결 방안이 이번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는 별다른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진영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아니면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니까 아예 피하는 것인지 대선 후보들 모두 실질 있는 해결 방안에는 침묵이나 선문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파 싸움 와중에서도 일본의 침략을 예상하고 10만 양병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율곡 이이를 다시 보게 됩니다. 신현규가 편찬한 '조선조 문인 졸기'에 의하면 이이에 대해 "나라 형세가 쇠퇴해져 난리의 조짐이 있음을 알고는 항상 임금의 마음을 바르게 하고 풍속을 바로 잡고 조정을 화합하게 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았다. 폐정(廢政)을 고치고 생민(生民)을 구제하고 무비(武備)를 닦는 것으로 급무(急務)를 삼았다"라고 기술해 그가 당시 당면한 문제에 혜안을 갖고 대하였음을 알게 합니다. 특히 이이가 죽고 난 뒤의 상황에 대해 "이이는 경중에 집이 없었으며 집안에는 남은 곡식이 없었다. 친우들이 수의와 부의를 거두어 염하여 장례를 치른 뒤 조그마한 집을 사서 가족에게 주었다. 그래도 가족들이 살아갈 방도가 없었다"라고 하니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 준 듯하여 저절로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먼 훗날 누군가가 오늘의 우리를 보고 왜 그렇게 바보 같은 결정들을 하였는지 통탄하고 질책할 일들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합니다. 이미 몇 차례 경고의 징조가 있었는데,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 있는지 둘러봅니다. 지나고 나면 충분히 알 수 있었고 대비도 할 수 있었는데, 우리 방심 때문에, 눈앞의 욕심 때문에, 혹은 너무 사소한 일로 여겨져서, 혹은 내일이 아닌 듯하여 침묵하고 있는 일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오늘의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면서 더욱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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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