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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전 HCN충북방송 대표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가 봄 문턱 춘심에 재를 뿌렸다. 며칠 전 발생 현지의 외신 보도 사진을 보니 온통 붉은 흙먼지가 세상을 집어삼킨 듯, 인간계가 아니었다. 10년 새 최악의 황사라는데, 기사에는 "공포를 느낄 정도"라는 멘트도 소개됐다. 국내도 아이를 둔 엄마들이 참 많이 떨었것다.

어렸을 때는 밤이 무서웠다. 캄캄한 어둠은 공포 그 자체였다. 나이 든 세대라면 대개 경험했을 터, 정전의 기억이 그랬다. 엄마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몸이 오그라들었던 거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데…. 사납거나 높거나 깊거나 뭔가 심상치 않은 곳에선 으레 오금이 저렸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마다 정도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런 무섬증은 본능 또는 '학습'에 의해 피하기 쉽지 않다. 공포의 원인물질은 날씨의 습격에서부터 바퀴벌레에 이르기까지 위험과 불편, 혐오 등 다양한 모습으로 인간을 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안한 것을 싫어한다. 불안을 견디지 못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공포감에 빠진다. 공포는 피하고 싶은 게 상정인데, 이로 말미암은 전율을 미끼로 상품화한 것도 점점 많아졌다. 공포영화가 대표적 장르일 성싶다. 웬만한 관광지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출렁다리나 바닥을 유리로 꾸민 전망대도 그렇다. 놀이공원의 '유령의 집' 같은 것―사실 옆사람의 겁쟁이 모습을 보는 쾌감을 노린 건지도 모르지만―이 시들해진 대신, 번지점프나 짚라인 설치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가 묘하다.

공포를 즐기는 심리는 일단 일상탈출 욕구와 통하는 것 같다. 대개의 공포 상품은 진짜로 위험하지는 않고 그저 위험을 위장한 것이다. 그렇지만 익스트림 스포츠는 차원이 다르다. 위험강도가 셀수록 더 큰 배짱이 요구될 것이다.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그래서 부상률이 가장 적다는 '날개옷 활공(윙슈트 플라잉)'까지 즐기는 이들의 담력 그릇이야 정말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가 하면 조금만 불안해도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른바 불안장애다. 뇌에서 불안과 공포를 조절하는 부분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어떤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위험하다는 생각에 빠져 반복적으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무슨 무슨 포비아(phobia)라고 해서 그 유형도 많다.

이런 개인적 삶 주변에서 이슈가 되는 불안이나 공포의 본질은 뭘까? 불확실성이다. 귀가하지 않는 아이가 이 걱정되는 것은 연락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이고, 고장이 잦았던 엘리베이터를 탈 때 떨리는 건 안전이 불확실한 까닭이다. 무대공포를 벗어나려면 실수하지 않을 자신이 확고해야 하지만 상황이 늘 불확실한 게 문제다.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고 다만 옷이 문제라는 속담처럼, 온갖 불안이나 공포가 정신자세만 가다듬어서 해결될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없으니 종교가 발명됐거니와 문명의 발자취는 따지고 보면 불확실성을 제거해 온 과정이다. 민주주의나 법치주의도 인권을 얕보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나온 것 아닌가. 과학적 성취 역시 마찬가지다. 인류는 이렇게 현대 문명을 엄청나게 이룩해왔건만, 불행하게도 불안과 공포가 완전히 사라질 가망은 없어 보인다.

미세먼지나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재앙을 만나고 보니 실감이 된다. 좌견천리의 디지털 기술 덕분에 안전지수는 높아졌다고는 하나 보고 듣는 일이 너무 많고 이해관계를 따져 처신해야 할 일 또한 옛날과 비교가 안 되는 까닭에 현대인의 뇌는 언제나 피곤하다. 걷힐 듯하다가 딴 데서 또 짙어지는 안개처럼 불확실성은 모두의 인내를 여기저기서 시험하고 있다.

저출산율,기후변화,에너지정책 같은 거대담론은 또 어떤가. 모르는 척하자니 그렇고, 걱정 대열에 끼자니 불안장애에 빠질까 두렵고…. 부동산·경제·정치에 대한 이슈를 요즘 인터넷 기사로 만나보면 댓글로 통음하는 이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 미국의 어느 대통령 말대로, 문제는 경제다. 경제인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근데 불확실성이 날로 증폭되는 형국이다.

'범 내려온다'는 노래가 유행 중이다. 가사에서처럼 우리는 범을 잘못 불러내고는 놀라서 불안에 떨고 있는 자라가 아닐까. 불안은 공포의 실마리다. 기우(杞憂)일지언정 제발 한꺼번에 덮쳐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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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