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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시인

붕타우에서 롱손 섬으로 넘어가는 지역은 온통 맹그로브 숲과 소금밭이다. 바닷물은 태양의 에너지를 받으며 증발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하얀 결정체를 남긴다.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와 주변 염전의 풍경은 푸른 물길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이 지역은 일조량이 많아서 질이 좋은 소금이 생산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이곳의 소금은 특유한 향의 생선 소스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소금은 음식물을 오래 보존하고 부패를 방지할 뿐 아니라 천연 미네랄을 인체에 공급하여 건강을 유지해 준다. 자연을 통해 얻는 모든 산물이 그렇듯, 한 줌의 소금을 얻기 위하여 염부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땀을 흘리며 정성을 들여야 한다.

형님은 뜨거움을 강조하지 않으셨다.

붙볕 속을 견디고 견디어 가장

나중까지 남은 빛 하얀 소금을 만지시며

곰섬의 그 흔하디흔한 바닷물 앞에서

땀과 가망의 그중 무거운 것을 안으로 눅이어

빛나게 달구어진 살갗으로 물들이 탔을 때

그것들을 한 그릇씩 자루에 담아

이웃의 식탁에 조금씩 나누며 기뻐하셨다.

가장 뜨거운 햇살 또 시간을 지나

우리의 허영과 거짓들이 모두 비늘을 털고 날려간 뒤

비로소 양식이 되는 까닭을 알고 계셨다.

육중한 짐 자전거 바퀴 위에서 튼튼히 삶을 궁글리며

형님은 한 번도 뜨거움이라 강조하지 않으셨다.

─ 소금 전문, 도종환

시는 소금을 만드는 이의 소박하고 진실한 삶을 이야기한다. 뜨거운 햇빛에 탄 결정 속에는 그것을 거둔 이의 <땀과 희망>이 들어가 있다. 그 뜨거운 삶의 과정은 <우리의 허영과 거짓들이 모두 비늘을> 터는 과정이며, 비로소 생존을 위한 <양식>을 얻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러한 삶을 사는 이는 <뜨거움>을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것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여기며, 어려움을 <강조하지> 않는 겸허한 자세를 갖는다. 자연의 산물을 <이웃의 식탁>에 나누어주며 함께 기쁘게 살아가는 것, 건강한 노동의 기쁨을 누리며 수확을 하는 것, 이러한 삶이야말로 시인이 꿈꾸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계일 것이다.

옛 시절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는 생물이 아닌 소금에 절인 생선과 마른 건어물을 먹었다. 썩은 생선은 모두 충북사람들이 먹는다고 할 정도였다. 해산물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이마저도 풍부한 것은 아니었다. 그 시절 소금에 알맞게 절인 조기, 고등어, 꽁치는 별미 중의 하나였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대에 소금이 없었다면, 아마 오지 산골의 사람들은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오래전 서양에서도 소금은 아주 귀한 생필품 중의 하나였다. 월급을 뜻하는 Salary의 어원은 Salt 즉, 소금이다. 로마 시대 소금이 귀하던 시절에, 왕이 거두어들인 소금을 조금씩 신하들에게 나누어 준 데에서 유래한 말이다. 소금은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미료이다. 흔히 인색한 사람에게 <짜다> <소금 같다> 라는 표현을 쓰곤 하지만, 사실 소금이 인체에 하는 역할은 짠 것이 아니라 단 것이다. 소량이지만 나트륨과 염소이온은 신체 체액의 균형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소금의 역할 때문에 성경에서는 인간이 살아야 할 삶의 지침으로서 소금 같은 삶을 강조한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 마태복음 5장> 이는 부패를 막고,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세상을 지키는 정신을 소금에 비유한 것이다.

농라 (베트남 모자)를 쓴 염부가 무엇인가 거두어 어깨에 지고 간다. 바뀌는 계절을 갈무리하는 중이다. 우기가 점점 다가온다. 비가 내리면 소금밭은 사라진다. 아마 당분간 소금밭은 보지 못할 것이다. 녹았던 소금은 다시 바다로 흘러가고 새로운 물이 흘러들 것이다. 그리고 태양의 뜨거움이 대지를 다시 강렬하게 적시게 될 때, 하얀 밭에서는 <썩지 않는 인간의 정신이 녹아든 투명한 결정>이 다이아몬드처럼 다시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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