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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겨울답지 않은 온화한 날씨 대문에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매서운 한파가 몸과 마음을 떨게 만든다. 그동안 내리지 않았던 눈도 푹푹 쌓이도록 내렸다. 역시 겨울은 코끝이 맵도록 추어야 겨울답다는 생각에 견딜만한 추위다. 그러나 이 또한 지구 온난화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니 좋아할 일만은 아니 것 같다. 홈쇼핑 에서는 벌써부터 명절선물 선전에 바쁘다. 백화점에서도 선물코너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이제 명절이 코앞에 다가오니 은근히 여기 저기 마음 써야 할 사람들에게 줄 선물이 고민스럽다.

오랜만에 조카딸이 방문을 했다. 엄마가 이모에게 드리라고 반찬을 싸 주셨다며 심부름을 왔다고 했다. 언제나 싹싹하고 붙임성 좋은 조카는 바라만 봐도 예쁘고 기특하다. 조카는 가방을 열더니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내밀며 겨울 따뜻하게 지내시라는 인사와 함께 앉아보지도 않고 바쁘다며 현관문을 나섰다. 얼떨결에 받아든 선물포장이 어찌 많이 눈에 익었다. 선물 포장지를 뜯어 내용물을 보니 자주색 빛이 도는 가죽장갑이다. 조카의 선물 앞에 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난다.

선물이란 무엇일까? 나태주시인은 '이 세상 하루하루가 선물'이라고 말했고 박래여시인은 '꽃상여 매줘서 고맙다고 동네 할머니가준 하얀 운동화 한 켤레를 마음의 선물이라고 생각 했으며 박재삼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무궁무진한 값진 선물은 여릿여릿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햇빛'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달자시인은 '선물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라고도 했다. 선물은 어떤 것이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는 정답이 없다. 사람마다 모두가 다른 견해와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 머물던 직장에서 마지막 근무를 끝내고 나오려는데 직원들의 작은 정성 이라며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받았다. 잠시 머물던 곳이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마음들을 모아 건네준 선물은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진심으로 전해져 선물의 값을 따지기 전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집에 와서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자주색 가죽장갑이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올 겨울 추위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 장갑을 다시 조심스럽게 포장 하여 고이 간직 하였다.

며칠 후 서울에 사는 올케언니가 충주 가는 길에 들렸다며 음료수를 사들고 방문하였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덥석 잡았다. 이 추운 겨울날 장갑도 없이 맨손은 차갑기만 하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지금까지 고생만한 언니다. 오빠의 변변찮은 돈벌이 때문에 생활전선에서 쉼 없이 열심히 살았다. 알뜰살뜰 살림을 야무지게 했으며 아이들도 잘 키웠지만 언니는 변변한 옷 한 벌 없이 늘 근검절약하며 살았다. 그러기에 언니가 고맙고 안쓰럽고 존경스럽다.

나는 아껴두었던 보라색 가죽장갑을 언니에게 선물로 주었다. 나 보다는 언니가 포근한 장갑을 끼고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니는 장갑을 받아들고 고마워하며 끼고 가라는 나의 권유에도 나중에 끼겠다며 가방에 넣고 충주에 가야 한다며 서둘러 집을 나섰다.

충주에 사는 큰언니네 집에 올케언니가 다녀갔다며 조카딸 편에 반찬을 조금해서 보냈다는 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올케언니는 나에게 받은 장갑에 마음을 더 하여 언니에게 선물을 하였을 것이다. 언니는 또 그 선물을 자신이 끼고 겨울을 나기 보다는 살갑고 예쁜 딸이 겨울을 따뜻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카에게 주었을 것이다. 마음 예쁜 조카는 엄마가 딸 생각해서 억지로 쥐어준 선물이 제 취향은 아니고 나이든 이모에게 어울릴 것 같으니 이모에게 아낌없이 선물로 내어 놓았을 것이다. 마음에 마음을 얹어서 나에게 다시 돌아온 보라색 가죽 장갑을 보면서 나는 이 선물이 가장 소중하고 값진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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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