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5.08.03 13:42:21
  • 최종수정2015.08.03 13:42:21

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아주 fun하고 smart하게… 그렇게 모두 모여 dance… 너라는 joy", "사슴같이 예쁜 눈 나의 Princess 나를 보고 비웃는 게 너무 chic해", "내 본능은 smart…… 미소도 check, 향기도 check, 달콤히 check, check, check"

국어 문장이라고 해야 할지 영어 문장이라고 해야 할지 난감한 조합의 이 외계 문장들을 국영문혼용체라고 부르면 맞는 걸까. 이것은 요즘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인기 가요의 가사들이다. 요즘 가요는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서 같거나 비슷한 소리를 의도적으로 배치하여 일종의 운을 만드는, 소위 '라임'을 위해 맥락 없는 영어 단어를 한국어 사이에 집어넣는 것이 유행이다. 청소년들 사이에 그것은 감각적이라는 말로 포장된 일종의 '소통'이다. '라임'과 '소통'이라는 이유로 한국어 문법은 물론이고 영어 문법까지 파괴한 요즘 가요 가사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생산해내고 있는 걸까. 2015년 젊은이들의 사랑을 자극적으로 담은 이 가사들을 만약에 100년 쯤 후의 학생들이 접한다면 어떻게 될까. 고려가요나 민요에도 솔직하고 과감한 애정 행각이 표현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동시대성을 확보한다는 면에서 분명히 가치가 있겠으나, 내용의 진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조잡한 이 문장의 조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한글이 버젓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고 인정받고 있는 시대에 국영문혼용체 형태의 외계 문장에 관해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대중가요에서 국어를 훼손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다나다 너'라든가 '조으다, 완전 조으다', '연예할래'처럼 대놓고 표준어를 비틀어놓은 가요 제목이 넘치고 있고, '심쿵해'처럼 아직 단어로 인정하기엔 너무 유치한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고 있다. 물론 '대단하다'를 '대다나다'라고 쓴 것이나 '좋다'를 '조으다'라고 쓴 것은 정말로 표준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마케팅을 위한 전략인 것이며, '연예할래'가 '연예인의 연애 이야기'를 줄인 의도적인 관심 끌기의 산물일 것임을 짐작할 수는 있다. 때로는 문법 파괴를 통한 말장난 마케팅이 음반 시작에서는 성공하기도 하지만 아직 국어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잡히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우상이 줄 악영향이 너무도 분명하여 볼 때마다 안타깝다.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어느 초등학교 시험 문제에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1번 옷장, 2번 책상, 3번 침대, 4번 자동차 중에서 어느 것이 답일까? 정답은 4번 자동차이다. 그런데 이 문제의 정답률은 상당히 낮았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을 알쏭달쏭하게 만든 것은 바로 3번 때문이다. '침대'가 가구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이유는 텔레비전 광고에서 굉장히 똑똑해 보이는 아저씨가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고 한 것을 반복적으로 듣고 학습하였기 때문이다. 아직 배우는 학생이나 어린 아이들은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언어들이 무조건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의 매일 접하는 '오뚜기'와 '설레임'을 표준어로 착각하는 일이 많다.

사실 노래 가사는 의미를 강조하거나 운율적인 효과를 주기 위하여 시적 허용을 인정하거나, 언어유희로 해학과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것이 매우 효과적이기도 하고, 그걸 뛰어넘어 세련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요즘 가요에 등장하는 문법 파괴 현상은 시적 허용이라고 말하기에는 정도가 너무 지나치고, 재미라고 하기에는 몹시 불안하다. 매체에 노출된 언어가 주는 전파력과 위험성을 생각하면, 그 무게감에 비해 그 가사의 모양새가 너무나 가볍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