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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꽃다발 같은 와인이 있다. 명확한 하나가 아니라 아주 복잡 미묘한, 코에는 다양한 아로마를, 입에는 다채로운 플레이버를 선물하면서도 동시에 정밀한 균형을 갖추고 있을 때, 이것을 와인 용어로 콤플렉스(complex)라고 한다. 콤플렉스는 완벽을 사랑하는 와인이 소망하는 최고의 경지이다. 사람은 꽃다발이다. 어떤 사람이건 장미 향기만 나는 것은 아니며, 국화 향기만 나지도 않는다. 명확한 하나로 규정되지 않고 아주 복잡 미묘한, 감정의 꽃다발을 가지고 있다. 살다 보면 우리 마음속의 착한 고양이가 외출한 사이에 심술 많은 고양이가 발톱을 잔득 세우는 때가 있다. '누구'는 얼굴도 예쁜데 머리도 좋아. 공부도 잘하는데 운동까지 잘해. 거기다 인기도 많고 돈도 많아. 칭찬하다 보니까 괜한 심술이 발동한 내 안의 고양이가 분명 인간성은 바닥일 거야. 위로인지 억지인지 누군가를 할퀴고는 기분이 좋지 않다. 현대판 재자가인(才子佳人)형 엄친아가 볼품없는 나의 도마 위에서 질투의 화살 다발을 받고도 여전히 반짝이며 빛나고 있을 때 내 안의 고양이가 우울한 이유는 '나는 왜 그렇지 못할까·'라는 콤플렉스(complex)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의 학생들은 콤플렉스 때문에 스스로를 상처 내는 경우가 많다. 지적 콤플렉스나 맏딸 콤플렉스를 경험 중인 경우도 있고, 가끔은 신데렐라나, 슈퍼우먼, 혹은 피터팬처럼 굴기도 한다. 그러나 여학생의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외모 콤플렉스가 압도적이다. 이렇게 예쁜데 외모 콤플렉스는 말도 안 된다고 했더니, 선생님 눈에만 예쁜 거란다. 왜 더 예뻐지고 싶으냐고 물으니, 예뻐지면 상대방이 다르게 대한단다. 많은 콤플렉스가 문화나 사회, 전통과 연관이 있다. 그러나 콤플렉스가 외적인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하여도 그것을 다스리는 것은 우선은 내적인 힘이어야 한다.

콤플렉스가 독이 되는 이유는 첫째, 그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를 자신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신을 억누르게 되고 결국엔 자신의 일부를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를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것 역시 콤플렉스를 독으로 만드는 원인이다. 온통 콤플렉스에 대해 고민하다가 자기 자신이 콤플렉스 자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콤플렉스는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자신의 전부는 아니다. 자신이되 자신이 아닌, 일부와 전부의 균형을 잃어버릴 때 콤플렉스는 병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콤플렉스는 인간에게 반드시 독이 되는 것일까·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자꾸 할퀴며 괴롭히지만,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어딘지 겸손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한다. 콤플렉스가 있되 지혜로운 사람은 어떨까· 그는 바로 그 콤플렉스 때문에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나폴레옹은 작은 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다가 영웅이 되었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콤플렉스가 인간의 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이러한 경우를 나폴레옹 콤플렉스라고 명명했다.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나폴레옹처럼 콤플렉스를 다스리느냐,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우울한 고양이를 계속 키우느냐의 문제이다. 복잡 미묘한 콤플렉스의 향기 때문에 와인이 완벽해지는 것처럼 다양한 인간의 콤플렉스 역시 인간의 완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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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