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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 '도둑 맞은 편지'에는 홀짝 맞추기를 아주 잘하는 꼬마가 등장한다. 이 꼬마의 비법을 들어보자.

"나는 어떤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의 표정과 최대한 똑같은 표정을 지어 봐요. 그러면서 그 표정에 맞게 내 정신이나 마음에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떠오르는지 느껴 보지요."

비법은 상대방의 표정을 흉내 내어 그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다. 일단 도덕성을 한쪽에 제쳐 두고, 이 꼬마의 공감 능력이 참으로 기특하고 또 유용하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 수업을 잘 받는 학생에게는 몇 가지씩의 능력이나 습관이 있을 것이다. 교사의 머릿속에는 모든 교과서와 참고서가 빼곡히 들어있을 것이고, 독서와 경험을 통해 얻은 다양한 수업 매뉴얼이 몸에 배어 있을 것이다. 집중력, 암기력, 게다가 창의력마저 겸비한 팔방미인 우리 학생들은 다년간의 경험과 풍부한 정보에서 나온 과목별, 유형별 선생님 분석까지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나는 수업을 잘하는 교사, 수업을 잘 받는 학생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을 모방하여 타인과 똑같이 느낀 소설 속의 꼬마처럼 말이다. 꼬마의 영리함이 성공적인 수업의 힌트가 될 것이다.

공감을 자극하는 수업은 힘이 세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떻게 수업을 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종종 수업이 식물 같다는 생각을 한다. 꽃이 잘 피려면 햇빛과 물도 필요하지만, 식물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대화도 필요하다. "예쁘다, 예쁘다."라는 말에 식물은 더 예뻐지려고 반짝거린다. 수업시간, 공감 능력이 있는 교사라면 그는 먼저 학생들을 예뻐하고 그만큼 존중할 것이다. 학생의 표정, 눈빛, 손동작을 보면서, 부끄러우면서도 잘하고 싶은 어린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의 실수에 대해,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지 않고,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에 대한 교사의 긍정적인 피드백은 아이를 반짝이게 할 것이지만, 그 반대라면 시들게 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인 내가 학생이었던 때로 돌아가 보자. 나는 좋아하는 선생님 수업은 점수가 잘 나오고 싫어하는 선생님 수업은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참 까칠한 학생이었다. 돌이켜 보면 수업을 대하는 나의 정서의 차이였다. 어떤 교과가 별로였는데 선생님에 끌려서 그 교과를 좋아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선생님의 표정, 눈빛, 손동작을 다 꿰고 있으니 선생님의 말씀이 저절로 머릿속에 저장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비록 널뛰기이긴 했지만, 맘만 먹으면 공감 능력이 최고였던 학생이었다. 만약 내 아이가 지금 선생님과 갈등 중에 있다면, 선생님과 공감하라고 말하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정답이다. 만약 내 학생이 나를 상대로 감정의 싸움을 하고 있다면, 그 학생과 공감하는 것이 교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네!'라는 말을 잘한다. 아니까 '네!', 몰라도 '네!', 책에 있으니까 '네!', 학원에서 물어보면 되니까 '네!', 밥 빨리 먹으러 가야 하니까 '네!', 교사들은 이 말에 속는 때가 많다. 좋은 수업이라면, '네!'가 아니라 '아하!'가 감탄사로 나와야 한다. 그것의 시작은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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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