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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 NEW - 무대미술가 민병구·이유리

멈춰진 공간 속…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불어넣다

  • 웹출고시간2011.02.13 19:46:1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엇일까? 가수, 배우 보다 먼저 보는 것이 무대다. 무대는 시각적인 면에서 관객들을 압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연기에 몰입하는 배우들에게도 숨은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많은 역할을 한다. 무대가 초라하고 안정적이지 못하면 관객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은 물론 배우들도 힘이 든다. 무대는 시각적인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 기능적인 부분의 3박자가 맞아야 좋은 무대라 할 수 있다. 그 만큼 무대에서의 미술은 대단하다. 좀처럼 보기 드문 예술 장르인 '무대 미술'의 세계를 엿본다.


"무대미술은 화면의 그림을 입체화 한 것과 같아요. 무대를 액자로 치면 배우들이 그림 속의 등장인물이 되고 정지된 화면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그림이 무대미술이죠."

무대 미술이 생소하던 1989년부터 20여년 이상을 이 분야에 몸담아 온 민병구(45)씨.

방송국 무대미술팀에서 아르바이트삼아 하던 허드렛일이 계기가 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재료비가 걱정이더라구요. 그래서 많이 방황도 했는데 우연히 들어간 방송국 아르바이트에서 소품제작하는 일을 맡았어요. 못질에 톱질에 노가다가 따로 없었죠. 그런데 잡생각도 안나고 나름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목공일이고 용접이고 닥치는 대로 무대미술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죠"

그가 처음 무대미술로 데뷔한 것은 1989년 극단 새벽의 '오셀로'라는 작품에서다.

무대미술이 생소하던 시절, 배우들이 직접 무대를 만들어 올리곤 했는데 당시 민씨의 등장은 무대미술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혜성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는 이벤트 무대는 물론 연극, 무용, 국악, 오페라, 뮤지컬, 방송 등 지금까지 1천여회 이상의 무대 디자인과 무대장치 제작을 도맡아 왔다.


그리던 그림(한국화)도 늘 무대미술과 함께해 왔다.

그는 꾸준히 그려온 그림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틈틈이 지방 출장을 다니며 한 스케치 그림부터 해외 각국의 무대미술을 스케치 해 둔 것은 그가 아끼는 보물 중 하나라고 했다.

"스케치 작업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없어요. 무대 미술도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내야하는 아이디어 싸움인데 그 어느 무대보다 돋보이게 하고 싶어 틈나는 대로 스케치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그런 그에게도 시련기는 있었다.

"무대미술을 하는 사람이 적다보니 맡은 일을 소화하기도 빠듯했어요. 그래서 과로에 스트레스가 겹친 것은 물론 몸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더라구요. 지금은 제 몸은 제가 챙겨야 한다는데 절감하고 식이요법 등을 통해 철저한 몸관리를 하고 있어요."

요즘 '무대 미술가'를 '무대 디자이너'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민씨는 무대 미술가가 더 어울린다.

작품 분석에서부터 무대 스케치, 무대 디자인, 제작, 철거에 이르는 모든 작업을 혼자서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그는 무대미술은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작업장에 찾아온 실습생들이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제작과정이고 무대고 많이 보고 경험해야 하는데 참을성과 인내력이 부족하면 마음먹은 대로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공연장에 관객들이 꽉꽉 들어차야 기분이 좋다. 배우들도 그렇겠지만 내가 만든 무대를 많은 사람들이 봐 줘야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무대 미술을 평생 직업으로 세련된 무대를 연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고 말했다.



"아직은 '무대 미술가'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많지만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틈나는 대로 전국 여러 무대를 돌아다니며 나름 개성 있는 무대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지난해 극단 늘품의 '돼지 사냥'에서 데뷔한 이유리(여·22)씨.

남자들도 하기 힘들다는 무대 미술에서 당찬 우먼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무대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살이 되던 해 TV 방송의 어느 패션쇼 무대다.

"당시 무대 연출자가 나와 쇼 무대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화려한 조명과 무대가 너무 멋지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신을 갖게 됐지요."

ⓒ 이유리 作
그녀는 다니던 대학(청주대학교 언론정보학과)을 접고 공주영상대학 무대연출과를 다시 들어갔다. 무대연출에 관한 체계적인 이론과 실습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씨는 앙드레김 패션쇼에서부터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무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고향인 청주에서 극단 늘품에 들어가 무대 디자인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인 무대미술에 뛰어 들었다.

"아직 초보지만 소품제작과 무대 배경은 직접 하고 있어요. 남다른 아이디어를 넣기 위해 연출자, 배우들과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요. 수정해야 할 부분은 과감하게 수정해 배우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신세대 무대 미술가인 그녀는 작품 분석에서 설계, 디자인을 컴퓨터로 한다. 3D를 통해 하기 때문에 실제 무대와 오차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그녀는 연출자와 의견을 맞추고 최종 디자인 도안이 나오면 목공소에 부탁해 큰 틀을 완성해 낸다. 나머지 수작업과 소품 제작은 그녀 몫이다.

"무대를 이해하려면 배우들의 입장에서 작품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더라구요. 직접 무대에 올라가 배우들과 함께 무대를 체험하고 불편사항과 개선점 등을 찾아 무대 제작에 반영함으로써 배우들의 기량을 끌어내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녀는 작은 배역에서 시작해 이제는 제법 비중이 있는 배역으로 관객들과도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주말마다 시간을 내 패션쇼, 뮤지컬, 대학가 소극장을 돌면서 많은 무대를 보고 나름의 무대를 구상해 본다.

그녀는 무대미술을 시작할 당시 "여자가 무슨 무대미술이냐"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 마음이 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부모는 달랐다.

"늘 격려해 주시고 무엇보다 제가 이 분야에서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시는 분들이 부모님이세요.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는 물론 제가 디자인한 무대를 보러 공연장에 빠짐없이 와 주시거든요."

이씨는 "배우, 연출자 등 여러 사람과 조율해 탄생한 무대의 소중함을 알 것 같다"며 "현재는 배우, 무대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공연예술계 발전을 이끄는 연출자로도 활동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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