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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인생은 연극, 그리고 영화다"

영화 ‘이대근, 이댁은‘ 주연으로 5년 만에 복귀

  • 웹출고시간2007.05.01 14:35:3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배우 이대근(66)이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섰다.

이대근은 1일 개봉한 영화 ‘이대근, 이댁은‘(감독 심광진, 제작 윤앤준)에서 기구한 운명을 스스로에 대한 용서로 승화시키는 아버지 이대근 역을 맡았다. 영화 제목에 배우의 이름이 쓰이는 건 흔치 않은 일. 그만큼 이대근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다.

"처음 감독이 제게 연락했을 때 ‘지금 장난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제 이름을 이용한다고 생각했죠. 감독은 ‘일단 시나리오를 한번 읽어봐달라‘고 했고, 다 읽은 후엔 그렇게 말했던 걸 사과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 한국영화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배우 이대근은 스스로 "라이벌이 없었다"고 할 만큼 종횡무진 활약했다. 요즘 대중은 ‘뽕‘ ‘변강쇠‘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라는 다소 야릇한 제목의 영화를 떠올리며 섹스 심벌이었다는 정도로 기억할지 모르지만 그 작품들은 그에게 대종상 주연상을 안기기도 했고, 문학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들이다.

섹스 심벌 이전에는 김두한 역을 도맡아 액션 스타로 군림한 것을 비롯해 하며 멜로나 사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지난 40년간 300여 편의 영화와 연극, TV드라마에서 활약해왔다. 정윤희부터 강수연까지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파트너를 이뤘다.

"우리 사회가 정치ㆍ사회적으로 과도기에 빠지면서 선조들이 지켜왔던 ‘예‘가 깨지는 것 같아요. 가정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지 모르고, 사회나 국가가 가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아주 기본적인 걸 잊고 사는 거죠. 이번에 이 역할을 하면서 저 역시 노인의 삶을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영화 속 이대근은 젊은 시절 ‘딴따라 짓‘을 하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늦둥이 막내아들에게 애정을 쏟자 큰아들과 딸의 불만은 극에 달한다. 아내가 병에 걸렸음에도 병원비를 막내아들 사업비로 대주는 데다 다른 자식들에게도 빚 보증을 서게 한 탓에 빚에 허덕이게 되자 이들의 관계는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3년 만에 아내 제사상 앞에 모인 아버지와 큰아들과 딸 내외. 여전히 행방을 모르는 막내아들을 사람까지 고용해 찾는 아버지가 마뜩찮다. 그러나 영화는 의미 있는 반전을 통해 이대근의 일생을 반추한다.

"자기를 용서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이야기이죠. 누구나 세상을 살다 죽을 때가 되면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는 게 가장 마음에 걸리는데 이 이대근은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싶었던 겁니다."
노(老)배우라고 하기엔 너무나 몸과 마음이 젊은 이 배우는 자신이 살아왔던 생,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 다음 세대가 일궈나갈 세상에 대해 참 많은 말을 쉼 없이 쏟아냈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살아왔음이 느껴지는 대목. 영화 속에서 젊은 시절로 등장하는 부분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아 오히려 노역 분장하는 게 더 힘들었을 것 같다. "도대체 비결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듣는 이를 숙연케 할 대답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연기 생활하면서 나와 싸우는 시간을 가장 많이 가졌고, 내 마음을 백지로 놓아두려는 노력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내가 백지로 있어야 어떤 그림이든 그릴 수 있는 거니까요. 영화든 드라마든 내 인생관을 찍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그려야 할 무언가를 그리려고 했죠. 또한 학의 날갯죽지가 부러져도 소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그런 정신으로 살려고 했습니다."
오랜만의 영화 출연. 새삼 그는 "무대만큼, 영화만큼 아름다운 세상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1년에 10편 넘게 찍으면서도 한때 연기를 우습게 본 적도 있는데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찍으니까 정말 뜨거워졌고, 가슴이 울렁거렸으며, 설레더군요. 연기깨나 했다는 선배가 어느 정도인지 보자고 주시할 후배들 생각에 정신이 확 들었구요."
‘이대근, 이댁은‘은 창작 정신이 살아 있어 좋다고 했다. 누구든 자신만의 인생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셰익스피어는 ‘인생은 연극‘이라고 말했는데, 전 하나 덧붙이고 싶네요. ‘인생은 연극이고, 영화다‘라고."
모든 인간은 어찌 보면 연기자라고 했다. 그는 "해와 달을 조명 삼아 지구라는 무대 위에서 사랑을 테마로 해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 위한 무대를 살고 있다"며 "어떤 때는 주연이, 또 어느 경우에는 조연이 돼 진실한 홈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삶을 되돌아봤다.

이 영화를 찍고 나니 27년 전 미국으로 보낸 딸 셋이 생각났나 보다.

"1980년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부상이 미국 시찰이었지요. 뉴욕을 돌아보고 충격을 받아 배우 자식이라고 우물안 개구리로 키워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딸들을 미국으로 보냈는데 ‘이대근, 이댁은‘을 찍고 나서는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헤어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생 연기만 하고 살아 지난 5년간 다른 세상을 기웃거렸다는 이대근은 "앞으로 어떤 작품에 출연한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젊은 시절 나만의 독특한 연기방식을 펼쳤던 액션 장르에 아버지상을 담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면 기꺼이 응하겠다"는 말로 배우로서의 끝없는 욕심을 드러냈다.

기사제공:연합뉴스(http://www.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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