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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한 모금 먹는 대로 솔잎 향 그윽하다. 특유의 청솔가지 내음도 끝내 준다. 오늘 아침 유리병 속으로 강줄기가 보였다. 며칠 전 송화 꽃과 솔가지 재워 놓고 설탕을 뿌려두었다. 속속 잦아들면서 연둣빛 강이 생겼다. 함지박에 강을 쏟아서 체에 밭쳤다. 거르고 난 솔가지와 솔방울도 아까웠다. 생수 두 병을 넣고 한나절 우려냈다. 짬짬 마실 때마다 들려오던 숲속 푸른 메아리.

밖에는 꽃비까지 내렸다. 기와지붕 물받이 틈으로 송홧가루 띠가 엉겼다. 밤새도록 퍼부었었지. 어찌나 선명한지 해마다 찰랑이던 5월 꽃가람. 아무리 그래도 정체불명 샛노랗게 송화강일 줄이야. 그만치 소나무가 좋았던 걸까. 촘촘 푸른 가지마다 날개 뽀얀 황새와 겨울이면 백설에 뒤덮인 낙락장송도 그림이다. 솔바람은 천연의 교향악에 송홧가루 물줄기 또한 환상이다.

송화 꽃 핀 자리도 삥 돌아 솔숲이다. 비만 오면 자배기만 한 강이 생겼다. 구름도 꽈리가 잡히는 초여름, 소나무란 소나무가 연미색 꽃을 달고 부풀어 오르면 하늘까지 뿌옇다. 어느 날 흙비에 겨자 빛 꽃 범벅이지만 하늬바람에 금방 마른다. 얼마나 시적이었으면 일 년에 딱 한 번 송화강으로 불렀다.

하지만 어딘가 서운했다. 강이라면 발원지가 있어야 하는데 후드득 내리고는 끝이다. 참으로 멋진 강인데 발원지가 없어· 설명할 수도 없고 혼자서만 우겨대는 판인데 조짐은 있었다. 발원지까지는 아니어도 송홧가루가 날렸다. 5월 어느 날 장독에서부터 매캐한 느낌이 온다. 항아리 뚜껑을 열면 그 속에서도 묻어났다. 현관에도 착착 쌓인다. 결이 곱고 투명해서 밟는 대로 미끄러질 것 같다. 거실이야 매일 매일 닦아내지만 가끔은 너무했다.

마침내 비가 오면 약간은 누그러졌다. 한차례 또 뿌려댈지언정 공습경보 시점은 끝났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눈까지 슴벅대지만, 장맛비도 같고 꽃비도 같은 의미를 생각하면 가려워도 견딜만하다. 어쨌든 강은 강이었으니까. 밤하늘이 별들의 집성촌이듯 소나무 숲도 집성촌이었기 때문에.

갈 때마다 와스락 와스락 바람도 요란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그게 효시가 되고 두 번 세 번 바람이 시위를 당기면서 끝없이 흔들린다. 은하수가 일 년에 한 번은 범람하듯 송홧가루 여울목도 한 번씩 태풍을 동반하면서 아우성이다. 연유가 뭔지.

소나무는 약골로 태어났다. 툭하면 가지가 부러졌으나 바람을 맞으면서 어기찬 나무가 되었다. 재질이 좋아서 기둥과 대들보 서까래 외에 소소하게는 제상, 목기, 관 등을 만들었다. 남산 소나무를 다 주어도 서캐조롱 장사하겠다는 비유까지 나왔다. 옷섶에 다는 장식품으로, 요즈음 같으면 액세서리 장사가 적성이란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인데 남산 소나무라면 넝쿨 째 호박에 횡재도 그런 횡재가 없다. 오늘 본 뒷산의 소나무도 굉장한데 남산의 그거라면 크기와 수령이 하늘과 땅 차이다. 목재상 중에서도 대규모 아이템인데, 서캐조롱 장사밖에 모른다는 타박 같지만 분수를 아는 사람이다. 솔바람과 향기는 좋아도 나무까지, 더구나 몇 백 그루씩은 가당치 않다.

남산의 소나무도 대궐 같은 집 정원수보다는 새소리 바람 소리에 묻혀 살고 싶었겠지. 분수에 맞지 않는 행운은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다. 노력한 만치 대가라도 많다고 생각되면 발을 빼는 게 현명하다. 남산 소나무를 다 준대도 서캐조롱 장사를 고집하던 누군가처럼 적정선을 지키면서 궁할수록 기와집 짓는 비단 가난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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