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04.26 16:44:26
  • 최종수정2023.04.26 16:44:26

김수빈

청주시 오송읍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나는 임용된 지 갓 1년이 넘은 병아리 공무원이다. 현재는 오송읍 민원팀에서 근무하고 있고 첫 발령지는 흥덕구청 주민복지과였다. 처음에는 낯선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일도 배워야 하고, 적응도 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면접 준비를 하며 외운 공무원의 덕목과 그 중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청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바빴다.

그러다 우연히 청렴에 대한 교육을 듣게 되었고 맡은 업무와 청렴을 어떻게 연결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나의 역할은 국민 기초생활보장 서비스와 기초연금 수급자 신청이 들어오면 민원인이 서비스의 대상자가 될 수 있는지 소득, 재산을 빠짐없이 조사하여 적격 여부를 보는 것이었다. 이 업무와 관련하여 민원인들이 이 업무의 담당자에게 바라는 청렴함은 어떤 것일까?

짐작 하건데 먼저 '객관성'이 아닐까 싶다. 기초연금 부적합 안내를 위해 전화를 하면 자주 듣는 말이 "저보다 재산이 많은 사람들도 기초연금 다 받는데 왜 저는 부적합인가요?"이었다. 이에 대한 민원인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준으로 대상자 선정이 이루어지는지를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이 민원인과 공무원 간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 객관성과 신뢰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담당자가 지침에 대해 더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나라 재산과 관련하여 조선 초 청백리 이약동과 관련한 일화가 있다. 이약동이 제주목사 임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올 때 재임 중에 사용했던 물건들을 모두 관아에 남겨두고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 말을 타고 돌아가다 보니 손에 들린 말채찍이 관아 물건임을 깨달았고 아전에게 전해주며 관아에 가져다 두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라재산은 작은 것이라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긴 일화이다.

위 일화를 내가 맡았던 업무와도 연결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민원인들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공짜 돈이 아닌 나라의 재산임을 인지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적합하며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당한 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민원인들이 담당 공무원에게 바라는 청렴함일 것 같다. 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맡은 역할을 잘 해내려 노력하는 것이 청렴에 다가가는 한 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청렴이라 하면, 공직 사회와 우리나라 국민의 삶에 영향력이 큰 고위 공무원과 비교하여 병아리 공무원인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맡은 업무와 관련지어 행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청렴이 무엇일지, 어떻게 행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하고 이러한 작은 청렴들이 모여 우리나라 공직사회에 미칠 작지 않은 영향력을 기대해보고 싶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