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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하우스 콘서트' 초대장

이정민의 도시유랑

  • 웹출고시간2023.04.18 15:44:35
  • 최종수정2023.04.19 11:50:06

이정민

청주시청 도시계획상임기획단·공학박사

# 온갖 공연의 집합소, 게른트너 거리 

오스트리아 빈(Wien, Vienna) 게른트너 거리는 최고의 공연장이다. 슈테판 대성당의 찬란한 모자이크 지붕이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내고, 오래된 건물, 오래된 가로등, 오래된 분수, 오래된 돌바닥이 무대가 되어준다.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이곳에선 영화 ‘원스’에서 보았음직한 싱어송라이터의 공연부터 미니 서커스, 인형극, 현악 3중주의 클래식 공연까지 취향대로 골라 볼 수 있다. 가난한 사람, 부자인 사람, 어린아이, 부랑자, 여행객 누구나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지 않고도 공연을 즐긴다.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공연 티켓을 살까 말까 하루종일 고민하다 결국 돌아선 가난한 여행자는 게른트너 거리에서 맞닥뜨린 풍성한 공연에 한순간 부자가 되었다. 해 질 녘 오렌지빛 공기 속에서 행복해졌다. 빈은 가진 것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도시이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도시이다.  
# 소금쟁이는 더 이상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끽끽 끼이이이익 끼익. 클래식 공연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같았다. 화려한 음역을 가진 첼로와 바이올린을 가지고 왜 저런 소리를 내는 것일까. 공연이 끝나고, 신지수 작곡가가 무대에 올랐다. 곡의 제목은 , 번역하면 ‘소금쟁이는 더 이상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이다. 제목을 듣고 나자 곡 전체가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물 위에서 홀로 춤추는 소금쟁이는 흡사 곤충계의 김연아가 아닌가. 그런 소금쟁이가 어느 날 갑자기 물이 싫어진다면? 스스로에게 주어진 당연한 삶과 배경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벗어날 수 없을 때, 그것은 절망이자 비극이 아닌가. 물 위에서 미끄러지는 발의 움직임이 싫어 억지로 멈추려 할 때, 그때 세계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있다면 바로 이 소리이겠구나.  

이 곡은 2018년 11월 22일 동부창고에서 열린 ‘청주 하우스콘서트’의 첫 번째 공연이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하우스콘서트에 갔고, 처음 듣는 현대 클래식 곡이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부끄럽게도 그때까지 클래식이라면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멘델스존만 있는 줄 알았다. 무지를 깨닫고 나자 어떤 쾌감이 있었다. 껍질을 한 겹 깨고 나온 기분이었다. 클래식은 우아하고, 어렵고, 따분한, 스스로 만든 높은 경지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게 아닌, 내가 모르는 사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 청주하우스콘서트, 청주의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다 

청주하우스콘서트는 김향숙 충북대학교 명예교수, 권오성 G&G보석 대표, 박미경 소프라노・충북오페라단장 세 명이 만들어가는 공연이다. 오십여 명의 사람들이 무대 가까이서 공연을 관람한다. 그 덕분에 연주에 몰입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연주자의 떨리는 숨소리,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보고 느낄 수 있다. 2013년 9월부터 시작해 오는 4월 공연은 108회를 맞는다. 지자체나 재단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후원과 입장료가 수익의 전부다. 부족한 재원은 공동대표들이 부담한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을 10년 이상 지속하는 힘은 무엇일까.  

건축물뿐 아니라, 자연의 소리와 인간에 의해 구성되는 소리들도 풍경을 이룬다. 이를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라고 한다. 도시가 조경을 통해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처럼, 소리를 통해 청각적으로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 훌륭한 공연과 세 명의 선한 영향력이 공연장을 넘어 청주의 소리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언젠가 공연에서 바리톤 안민수의 앵콜곡이었던 허림 시, 윤학준 곡의 ‘마중’을 들으며 눈물이 난 적 있다. 노래를 듣는 동안 더 먼저, 더 다정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오래전 게른트너 거리가 생각났다. 그때처럼 행복해졌다. 소리 풍경이 주는 마법이었다.
 
※하우스콘서트 공연 및 관람 문의 010-3407-0454/ chongjuhc.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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