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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서

전 옥천군친환경농축산과장

송홧가루 날리는 오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오전 11시 20분, 농협에서 문자가 들어온다. 무심코 열어봤다. 경제사업장 휴무 안내였다. "항상 저희 ○○ 농협을 이용해 주시는 조합원님 감사합니다. 5월 5일은 어린이날로 본점과 지점 경제사업장과 영농자재판매장이 휴무입니다. 하나로 마트는 정상영업 하오니 참고하시어 불편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다음날 5월 6일에는 "농협 하나로 마트 여름 이불 할인 행사가 내일까지입니다. 구경하시고 저렴하게 장만 하세요"라는 내용이다. 문자를 보고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일 년 중 가장 바쁜 때에 농협에서 농자재 판매를 중단 한다니 필자의 좁은 가슴 탓일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오랜만에 시골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에 계급장 같은 주름살이 더욱 깊어 보인다. "요즘 많이 바쁘지? 아~ 정말 요새는 오줌 싸고 거시기 쳐다 볼 새도 없어"라고 한다. 그렇다. 일 년 중 가장 바쁜 농번기다. 모내기, 고구마, 고추 심기로 정말 부주깽이 하나도 아쉬운 철이다. 이런 시기에 어린이날 휴무라는 이유로 농협에서 농약. 비료 등 농자재 판매를 중단한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3조(목적)를 보면 지역농업협동조합의 목적은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의 경제, 사회, 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누가 뭐래도 농협의 가장 중요한 핵심사업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 주고 각종 농자재를 적기에 공급해주는 것이다.

농협이란 간판을 달고 어찌 이런 일이 백주 대낮에 벌어지고 있는가! 일 년 중 가장 바쁜 농번기에 농자재를 판매하지 않겠다면, 차라리 농협이란 간판을 내리고, 은행이나 금고로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러면 누가 감히 시비를 걸겠는가. 이런 사태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이사, 감사, 대의원들은 무엇 하는 분들인지 모르겠다. 특히 조합원을 대표하는 조합장은 무엇 때문에 그 자리에 계신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가슴에 손은 얻고 생각해보자. 만약, 우리 지역에 농협이 없다면 농민들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농협이 없어도 농민들 생활에는 별다른 불편은 없을 것이다. 예금과 대출은 마을금고나 은행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농자재도 일반 농약사에서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 일반 농약사는 어린이날 절대 문을 닫지 않는다. 농산물 판매에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나 전체 농산물 판매 중 농협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사실상 농협이 없어도 농민들이 살아가는 데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어 보인다.

과연 농협의 주인은 누구일까? 농업협동조합 등기부등본을 보면 조합장, 이사, 감사 등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농협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직원이다. 차라리 직원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서로 인정하면 어떨까·. 직원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근무하고 성과가 나면 직원에게 그만큼 성과가 돌아가면 될 것이다. 다만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나 영농에 필요한 농자재 공급에 조금만 신경 써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출자배당, 이용고 배당 해 봐야 푼돈으로 조합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원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좀 더 열심히 근무하면 된다. 조합원도 실제 주인이 직원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 오히려 마음도 편할 것이다.

일 년 중 가장 바쁜 농번기에 어린이날 휴무라는 핑계로 경제사업장 문을 닫는 농협, 그러면서 하나로 마트는 문을 열고, 여름 이불 세일에만 열을 올리는 농협이 과연 제대로 된 농협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몇 해 전 친구들과 부부동반 백두산 여행 중에 연변에 간 적이 있다. 연변에서는 농협이라 하지 않고 '농촌상업 은행'이라 부르고 있었다. 차라리 우리도 농협이란 말 대신 '농촌상업 은행'으로 간판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 농협에 대한 필자의 관심과 염려가 제발 지나친 기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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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