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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자

봉정초 교감

3월입니다. 강원도에 흰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고, 그늘진 계곡엔 잔설도 남았는데 맘 급한 늙은 농부는 밭두둑을 서성입니다. 아마도 바람 한 자락에 묻어나는 봄기운을 알아챈 게지요. 찬바람 피하며 덤불속에 수줍은 듯 숨어서 새싹 돋는 3월은 시작의 달입니다.

봄에는 만물이 소생한다고 하지요· 초목의 싹이 돋기 시작하는 3월, 잠자던 동물들도 깨어나고, 창공엔 새들의 날개 짓에 봄기운이 파닥입니다. 두툼한 옷깃을 열어 햇살을 담을 때 가슴이 두근거림을 감출 수 없는 3월은 생동의 기운이 넘치는 봄의 뜨락입니다.

3월은 봄입니다. 풀기 없는 마른가지에 숨기가 살아나는 향기로운 봄입니다. 머잖아 들녘엔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부드러운 바람은 꽃내음 싣고 오겠지요. 계곡 따라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새순이 자라고 한결 가벼워진 공기는 길가는 가객의 뺨을 간지럽혀 발길마저 멈추는 달, 3월은 설렘의 달입니다.

생명이 움트는 소리로 아우성인 3월입니다. 작은 씨앗이 마른 땅을 뚫고 파릇이 돋아나 줄기를 세운 한 그루의 나무! 하늘을 향해 물을 빨아올리는 가지의 가쁜 숨소리에서 봄을 재촉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언 땅을 비집고 돋아난 가냘프기 그지없는 새잎에서 생명의 힘이 솟구쳐 오르는 환희의 달 3월입니다.

3월은 희망입니다. 인고의 겨울을 지나왔기에 더욱 반가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두운 땅 밑에서 겨울을 보내고 꼼지락대며 움트는 싹을 보면, 울렁이는 마음을 주체하기 힘듭니다. 추운 겨울, 차디찬 땅속에서 어떻게 참고 견디었는지 알기에, 그들이 부르는 희망 노래를 귀 기울여 듣습니다.

지난 일요일, 봄 마중하러 교외로 나갔습니다. 들과 산, 냇가에는 지천으로 냉이랑 쑥이 돋아나 봄 향기로 그득했습니다. 아마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굽이굽이 펼쳐진 밭두둑에도 이름 모를 봄꽃들이 피어나겠지요.

점점 완연해지는 봄빛 따라 길을 걷다,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파릇파릇한 보리 싹이 밭고랑을 뒤덮고, 수줍은 달래가 양지 바른 곳에서 햇빛을 마주 보고 있습니다. 스치는 바람이 아직은 차지만 어느새 시냇가 버들강아지가 하얗게 뽀얀 솜털을 뽐내며 춤을 추고, 햇살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은 일렁대며 흐릅니다.

새봄입니다. 희망차고 따뜻하며 설레는 3월이 중순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새롭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새봄의 기운이 들녘을 감싸, 창밖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봄빛에 참 따사롭게 비춰집니다. 비 한차례 후드득 내리고 나면 기쁨으로 맞이할 봄의 전령사 목련도 살포시 피어나겠지요.

학교에서도 3월은 희망의 기운이 넘치는 달입니다. 모두들 한 학년씩 올라가 새 친구들과 새 담임을 만나는 긴장감속에서 기대와 소망을 가득 담는 달이기도 합니다. 가슴 설레고 두근거리는 만남이 있는 3월! 학교는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으며 아이들의 눈빛은 저마다의 다짐으로 반짝반짝 윤이 납니다.

우리학교에도 봄소식이 찾아왔습니다. 3명의 신규교사들이 첫 발령을 받아 온 것이지요. 선생님의 일생을 계절로 치자면 새내기 선생님들은 봄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다소 미숙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 사랑의 씨앗을 심어주고 꿈을 길러주는 선생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30여년 전 선배교사가 그러했듯이 스승의 길을 잘 찾아 가도록 멘토가 되어 그들을 응원하겠습니다. 영특한 우리 새내기 선생님들도 교사로서 가는 길이 마냥 꽃밭의 길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을 것 입니다. 비록 가는 길에 고난과 버거움이 따르더라도 행복한 길이었고 보람의 길임을 알려주어야겠습니다.

화단에 목련 봉오리가 힘을 주고 있어 금세라도 터질 듯합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하얀 속살을 드러내 보이겠지요. 노란 개나리 활짝 핀 운동장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3월을 꿈꾸며 '3월은 희망이다'를 읊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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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