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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8.30 17:48:04
  • 최종수정2015.08.30 17:48:04

김애중

이번이 세 번째 토론이다. 편한 사람들 몇몇이 맘이 맞아 작은 토론회를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정해진 주제에 대해 서로 얘기하고 핑계 김에 소주도 서너 잔 한다.

이번 주제는 사랑이다. 그것도 그냥 사랑이 아니고 불타는 사랑이다. 평소 단정적이거나 과한 표현을 꺼리는 나로서는 부담스러운 주제다. 불타는 사랑이라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괜히 걱정이 앞선다.

먼저 한 사람이 말을 꺼낸다. 그는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늘 무언가 시도하는 사람이다.

피 끓는 청년 시절, 한 여인이 가슴속에 들어와 나가지 않더란다. 어느 날 저녁, 버스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면서 밤늦게 그 여인의 집에까지 찾아 갔다. 그러나 불 켜진 창문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돌아왔단다. 그때의 간절했던 마음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내가 말할 차례다. 난 남의 사랑을 말했다. 얼마 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안나와 레빈의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터였다.

고관 카레닌과 결혼해 아들을 낳고 평화롭게 살던 안나는 청년 장교 브론스키를 알게 된다. 브론스키는 아름다운 안나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안나는 처음에는 자신의 감정을 감추다 결국 가정과 자식, 사회적인 지위를 모두 버리고 브론스키에게로 떠난다. 그러나 브론스키에 대한 안나의 사랑은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고 결국 자신의 사랑에 대한 희망을 잃고 철도에 투신해 자살한다.

안나의 사랑은 이렇게 끝이 났다. 결말이 비극적이긴 하지만 정말 불같은 사랑이라고 할 만 하다. 나는 안나를 비난하기도 하고 한편 부러워하기도 한다. 도덕의 잣대로 보면 아들과 가정을 버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나쁜 여자이지만 과감하게 자신의 사랑과 인생을 선택한 면에서는 용감한 여인이기도 한 것이다.

반면 레빈과 키티의 사랑은 아름답고 순수하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고 생활하면서 자주 충돌했지만 그러면서도 좋은 합의점을 찾아냈다. 레빈과 키티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진정한 사랑이 무언가를 깨달으면서 살아간다. 자신들의 삶을 성장시키는 사랑을 한 것이다.

안나와 레빈의 이야기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소설은 안나의 삶에 레빈의 그것을 투영함으로써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보니 나는 마음 한편으로 가끔 안나를 꿈꾸기도 했지만 레빈처럼 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더 늙기 전에 진한 사랑의 감정을 한 번 더 느끼고 싶어 하는 중년들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초로에 접어든 어느 가수는 나이 들어서 맛보는 실연마저도 달콤하다고 노래하고 있다. 사랑이란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솜사탕처럼 달달하게 다가오나 보다.

96세의 나이에도 글쓰기와 강연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형석 교수는 얼마 전 방송에서 아직도 사랑을 꿈꾼다고 말해 장안의 화제가 됐다. 그는 그의 글에서 늙지 않는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공부하고 여행하라. 그리고 사랑하라."

그러고 보니 세 가지 전부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아마도 오래 살 모양이다. 그런데 사랑이라니, 설마 위험한 사랑을 권하는 건 아닐 테지.

사랑이 별거인가. 불타는 사랑이 아니어도 좋으리. 그저 좋아하는 마음으로 오래도록 지켜보고 위해주는 것,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깊은 사랑이 아닐런지.

사랑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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