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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2.15 18:53:22
  • 최종수정2015.02.15 18:53:22

김애중

수필가

얼마 전 뜻 깊은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애국지사 정순만 선생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자리였다.

학계와 하동(河東) 정(鄭)씨 종친회를 중심으로 기념사업에 관한 논의는 몇 해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범위가 넓어졌다. 지역에서 관심 있는 주민들과 함께 의논하는 자리가 됐다.

선생은 1873년 청주시 옥산면 덕촌리에서 태어났다. 국운이 쇠퇴하는 시기에 온몸으로 구국운동에 참여했다. 이승만, 박용만과 함께 독립운동계의 '3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국독립을 보지 못했다. 1911년 타국에서 비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정부는 1986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그에게 추서했다. 그의 아들 정양필 씨와 며느리 이화숙씨도 미주지역 독립운동의 공적을 인정받아 독립운동가로 포상을 받았다.

그래도 정씨 문중이나 관심 있는 학자들은 늘 안타까워했다. 선생이 이승만과 박용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충북대학교 사학과 박걸순 교수의 연구 자료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박 교수는 6년여 동안 정순만 선생을 연구했다. 국내외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런 다음 선생의 생애와 활동에 관한 연구논문 및 자료를 집대성했다. '독립운동계의 3만 정순만'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선생은 독립협회, 상동청년회 등에서 간부로 일했다. 하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더 이상 국내에서 민족운동이 불가능해졌다. 1906년 봄 이상설·․이동휘 등과 함께 망명길에 올랐다.

북간도 용정에 터를 잡았다. 이상설 등과 함께 북간도 민족교육의 요람인 '서전서숙'을 개설했다. 그 때부터 동포 자제들의 교육활동에 온 힘을 쏟았다. 1907년 4월에는 헤이그 특사 파견 소식을 듣고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갔다.

형편은 점차 어려워졌다. 이즈음 연변에서의 활동을 마감하고 연해주로 옮겼다. 선생이 한인 계몽에 나선 시기다. '해조신문'과 '대동공보'의 기자 겸 주필로서 한인 계몽을 위해 크게 활약했다.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이토히로부미 처단 의거 때는 계획 단계부터 참여했다. 그 바람에 일제로부터 배후 인물로 지목 당하기도 했다. 일제의 비밀문서에 의하면 그는 연해주 한인사회에서 '정순만파'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선생의 흔적은 옥산면 덕촌 마을에서도 볼 수 있다. 선생은 1906년 정씨 문중의 기금으로 덕신학교를 설립하는데 동참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신학문을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했다.

덕신학교는 일제의 눈을 피해 야학의 형태로 운영됐다. 나중에 옥산보통 공립학교가 생기면서 통합됐다. 옥산지역 후학 양성의 초석이 된 셈이다. 아직도 마을에는 덕신학교 터와 선생의 생가가 남아 있다.

덕촌 마을주민들은 해마다 선생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3.1절 기념식을 하고 있다. 197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이웃마을에 살고 있는 나도 매년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공식적으로 '정순만기념사업회'를 창립하기 위한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져 고무적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니 무언가 결실을 맺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가슴 저 아래가 뭉클하다.

준비위는 현재 덕촌리에 있는 선생의 생가 터에 표지석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내용을 알리는 인터넷홈페이지도 개설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덕신학교를 복원해 충효교육사업을 벌이고 독립운동기념 조형물공원도 계획하고 있다. 선생의 초상화도 제작해 덕촌리 마을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할 요량이다.

선생를 기리기 위한 기념사업이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행해지는 작은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주민들 스스로 애국심을 발휘해 내 고장 독립운동가의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고자 뜻을 모으는 큰일이다.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애국지사 정순만 선생이 태어난 곳, 그분의 뜻을 기리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사는 곳, 옥산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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