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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중

화려한 봄날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꽃구경에 분주하다. 사방을 둘러보니 벚꽃은 물론 개나리,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엔 산벚꽃도 어우러져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산과 들의 모습은 어느새 한 폭의 맑은 수채화처럼 변해있다.

겨울 뒤에 봄이 오고, 봄을 맞아 꽃이 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해마다 오는 봄을 마치 생전 처음인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맞이한다. 아니 어쩌면 봄을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는 괜한 걱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활짝 핀 꽃들을 보노라니 오히려 마음이 쓸쓸해진다. 봄은 어차피 갈 것이고 꽃 또한 질 거라고 생각하니 벌써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인지 서글픈 노랫말이 입에서 맴돈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 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중략)'

민요 단가 사철가 중 봄에 관한 대목이다. 자신만만하게 갈 테면 가라고 큰소리치지만 가는 봄을 어찌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전해진다. 가버린 청춘이 아쉬운 이유는 아마도 못 다 이룬 꿈과 어긋난 사랑들이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내 나이도 적지 않기에 노랫말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가는 봄이 못내 아쉬워 섬진강을 찾아갔다. 수많은 꽃들과 넓은 하늘을 품은 섬진강은 호들갑스럽지 않다. 봄 타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히 흘러만 간다. 저 강물은 백 년 전에도, 천 년 전에도 말없이 흘렀을 것이다. 강물처럼 지나가는 세월에 애가 타는 건 예나 지금이나 사람 마음뿐인가 보다.

환하게 핀 꽃송이를 보는데도, 푸른 강물을 보고 있는데도 끊임없이 떠오르는 건 결국 사람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보고픈 사람, 어제 봤는데도 오늘 또 보고파지는 사람들 얼굴이 강물위에 어른거린다. 코끝에 스치는 꽃향기에 외로움과 그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눈물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만 나도 짧지 않은 세월을 허우적거리고 지낸 적이 있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마음 고생할 때 내 눈물을 닦아주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하나 둘 떠올려 본다. 그러고 보니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참 많은걸 깨닫게 된다.

지난날 나는 애정표현에 너무나 인색했었다.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도,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도 그저 필요한 말만 했다. 따스한 사랑의 말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 자주 보는 이웃들에게도 다분히 사무적인 편이었기에 시간이 흐른 뒤 늘 후회하곤 했다. 이런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진정 감사함을 느낀다.

누군가의 사랑이 내게 힘을 주고 또한 내 작은 사랑이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소소하지만 다정한 애정표현은 쓸쓸함을 이겨내고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바라지 않고 주는 것, 그때그때 표현하는 것, 그것이 진정 사랑일 것이다.

각색 꽃들이 난만하게 핀 봄철이다. 쓸쓸한 마음 뒤로 하고 더덩실 춤이라도 출 듯 이 봄을 즐겨야겠다. 가는 봄을 어쩌랴. 걱정하지 말자. 봄이 가도 할 일이 있으리니, 그것은 그저 사랑하는 일이다.

사후 만반진수는 생전 일배주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오늘이라도 그리운 사람들 불러 모아 다정히 술잔 기울이고 싶다. 봄타령 사랑타령을 안주 삼아 꽃 지는 봄밤을 지새우고 싶다. 잔잔한 정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봄날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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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