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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종

청주시립예술단 사무국장

배우 추송웅을 기억하시는지요. 아니면 '빠알간 피터의 고백'을 기억하시나요.

165cm의 작은 키에 볼록 튀어나온 배, 사팔뜨기에 극심한 경상도 사투리의 사나이가 아내의 곗돈 75만원을 쏟아 붓고, 동물원 원숭이를 6개월 동안 관찰하고 공연기획, 제작, 연출, 장치, 분장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며 탄생시킨 작품이 바로 '빠알간 피이터의 고백'이다.

1941년 9월 3일 경남 고성군 서외리에서 4남2년 중 막내로 태어난 추송웅은 형제들은 모두 인물이 좋고 공부도 잘하였는데 유독 그만 작은 키에 사팔뜨기로 공부도 못하는 골칫거리였다. 1959년 서라벌예술대학(지금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입학 당시 그의 독특한 외모 덕분에 '조물주의 실패작', 중앙대 최고 추남'으로 불려 졌지만 주체할 수 없는 끼와 부단한 노력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한국 연극계 우뚝 선 입지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1977년 무더위가 한참 영글어 있던 8월20일. 서울 명동 한 켠 썰렁한 언덕배기 구석에 초라하게 극장 간판을 걸고 있는 자그마한 창고극장 앞에 공연시작 2시간 전부터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줄이 명동성당까지 이어졌다. 예매처가 발달되어 있지 않던 관계로 당시에는 대부분 관람권을 현장에서 구입하였다. 연일 이어지는 이러한 현상에 극장 골목에는 라면, 우동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들어섰고, 시작 보름 만에 표가 1만장이 팔려나가는 그야말로 '기적'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연미복을 입은 익살스런 붉은 원숭이 한 마리가 한국 연극의 신화를 창조하는 순간이었다. 신문에는 연일 추송웅에 대한 기사들이 이어졌다.

'빠알간 피터의 고백'은 그 다음 해 '우리들의 광대'가 발표되기 전까지 1인극으로는 최장공연, 최다 관객, 최다 수익 등 각종 신기록을 작성하였다. 1977년 9월 9일자 조선일보는 '한국 연극사에 신화탄생, 추송웅 선풍'이라는 제목으로 이 기적을 기사화 하였다. 공연 마지막 날 추송웅은 멋지게 공연을 마무리를 하고자 링거를 맞아 가며 무대에 오르지만 마지막 공연 전에 쓰러져 결국 공연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지방에서 조차 빠알간 피터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연극의 불모지였던 울산 공연에서는 표를 사지 못하고 돌아가는 관객이 더 많았다고 한다. 한 해 동안 163회의 공연에 8만5천여 명의 관객이 극장을 다녀갔다. '빠알간 피터의 고백'는 1984년까지 장장 8년 동안 공연 482회, 관객 15만2천명을 끌어들였으며 공연기간동안 먹은 바나나가 700개, 포도 300kg 그리고 관객이 던져 준 손수건이 300장이 넘었다고 한다.

'빠알간 피터의 고백' 이후 추송웅이 연출한 모노드라마 '우리들이 광대'는 총 512회 공연에 23만5천명이 관객을 끌어 들였다. 이러한 추송웅의 인기로 인해 TV드라마는 물론이거니와 영화에까지 출연 요청이 들어오고 또 국내 유명제과의 광고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딸 상미와 아들 상록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극장 떼아트르 추를 재건하고자 기지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배우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과 역경에 묵묵히 순응하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살아 온 연극배우 추송… 그는 진정한 우리시대의 영원한 광대이다.

* 추송웅은 1985년 12월 29일 새벽 폐혈증과 급성 신부전증으로 급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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