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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

충북농협 농촌지원팀장

금년에는 농사에 적합한 날씨가 봄부터 수확기 까지 이어지고 태풍과 홍수피해가 없어 대부분의 농작물이 풍작이다. 그런데, 풍년농사를 이룬 농군들은 풍년을 기뻐하기보다 농산물가격 하락을 먼저 걱정한다.

농축산물 가격이 폭등 또는 폭락할 때마다 농축산물 유통단계 축소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정부도 여러 차례 농산물 유통개혁을 선결과제로 내세워 왔지만 지금도 농산물 유통의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문제에 대한 이제까지의 진단과 처방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가안정의 최우선 대상인 농축산물 가격안정을 가로막는 주요인으로 '복잡한 유통단계',' 과도한 중간 유통마진'이 지목되어 왔다. 그러나 전국의 수만 농가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운송과 선별, 포장 등의 상품화 작업이 필요하다. 더하여 축산물은 도축과 가공을 거친다. 유통은 농가에서 도매시장과 도·소매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 이르는 형태로 진행된다. 도축과 가공, 운송과 보관 등의 작업은 물론, 소비자 만족을 위한 위생·안전에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유통단계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왜곡된 유통구조로 인한 중간상인의 부당한 이득으로 보고, 직거래는 좋고 다른 것은 나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어 있다. 농축산물 유통구조도 수요와 공급 및 시장의 경쟁원리 속에 자리를 잡아 왔음에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도 중간상인이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는 비효율적인 구조이므로, 단계를 축소하여 단순화 하고, 산지유통시설에 대한 투자와 직거래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펼쳐져 왔다.

최근 민간 농정연구소인 GS&J는 "농산물 유통의 진짜 문제와 진짜 해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고려대 양 승룡 교수는 2011년 소비자가 지불한 농산물 가격 가운데 41.8%가 유통마진인데, 이중 29.3%는 유통비용, 나머지 12.5%가 이윤이고, 농산물 유통마진의 대명사가 되어있는 고랭지 배추도 유통마진이 67.2%이지만, 비용을 차감한 실제이윤은 25.9%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이에 비해 일본과 대만의 유통마진은 각각 55%, 60%이며, 미국은 73%에 달한다. 이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마진이 높다는 인식은 근거가 약해 보인다.

보고서는 중간 유통 상인을 필요한 기능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필요로 하기에 존재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지금까지 유통단계 축소는 기본적으로 산지수집단계와 도매단계의 단축에 주력했는데, 이는 이들이 수행했던 수집, 분산의 기능을 다른 단계에서 수행해야 함을 뜻하고, 현실적으로 농가에게 전가될 수 밖 에 없다.

실제로 직거래장터에 참여하는 농가들의 경우 수집, 선별, 포장, 운송을 모두 본인들이 담당한다.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대면하는 직거래의 경우에도 농가에게 수취가격의 대폭적인 인하를 요구할 수는 없다. 농가가 부담한 상품화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거래는 기존 유통구조의 대안이기 보다는 보완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농산물 유통구조를 혁신하는데 유통단계 축소만이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각종 조사에서도 밝혀진 바와 같이 농축산물 유통 비용 가운데 도매단계마진은 그리 높지 않고 소비자 구매가격의 40% 이상이 소매단계의 이윤에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정책은 산지유통과 도매유통단계 축소에 집중되고 있어 도매시장의 순기능마저 잘못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폐해는 농산물 유통구조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키워 건강한 소비심리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물가 안정이 농축산물 가격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농민들은 농산물이 싼 값을 강요받고 있다는 불만을 갖는다.

농산물 유통혁신은 유통 단계 축소에만 집중하기보다 강력한 수급안정 시스템 구축과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새로운 유통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한, 자금력을 가진 일부 중간상인들의 과도한 밭떼기 전매와 고의적인 출하조절로 부당한 이익을 노리는 등의 병폐도 막아야 한다. 그리고 농축산물 가격이 더 이상 물가안정을 위한 방패막이 되서도 안 된다.

소비자들 역시 품질의 차이를 외면한 채 저렴한 가격만을 선호하지 말고 고품질 농산물은 그만큼 농민들의 땀과 유통을 담당하는 이들의 노력이 빚어낸 값진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해 이에 상응하는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려는 소비의식을 가져 주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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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