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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8.15 17:26:0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대 교수

얼마전 한 일간지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29일 일본은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3,4위 결정전에서 한국에서 귀화한 엄혜련(일본명 하야카와 렌ㆍ25) 선수의 활약으로 러시아를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에선 4위를 하면 도대체 무엇을 한 거냐는 핀잔을 듣지만 일본에서는 축하를 받는다며 일본에선 스파르타식이 아닌 자발적으로 양궁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은 스파르타식, 일본은 자발적'이라는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는 한편, 메달 획득을 대단한 명예로 여긴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도 눈물을 흘리고 패하면 더 크게 운다. 이기거나 지거나 '운다'라는 현상은 동일하다. 그러니까 메달을 따면 그간의 눈물나는 노력 때문에 울어야 하는 것이고, 패배하면 그 눈물나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에 울어야 하는 것이다. 그뿐인가? 우승을 한 선수가 유난히 가난하고 또 어려운 역경을 극복했다고 하면, 온 국민이 눈물바다를 이룬다. 전 국민의 비극적 최루(催淚)와 전 국민의 희극적 축배는 다른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다.

한국선수들에게 메달은 일종의 한(恨)이 서린 운명의 상징이다. 또한 한국에서 운동경기는 일생을 바꾸고 운명을 고치는 마법이다. 그 마법의 순간을 위하여 선수들은 수년간 운동에 전념한다. 올림픽 출전선수로 결정이 되면 아주 오랫동안 합숙훈련을 하면서, 스파르타식 훈련에 매진한다. 거기에 '하면 된다.'라는 국가주의와 '조국이 나를 바라본다'와 같은 민족주의가 결합하면서 올림픽 경기는 거대한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대체로 한국 운동선수들은 스파르타식 훈련과 국가의 명운을 건 전쟁에 출정하는 전사가 되어서 극단적인 훈련과 운동기계(運動機械)로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겨도 울고 져도 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세계 5위라는 특별하고도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 이 기간 중에 국민들이 함께 울었던 것은 그 선수나 군인을 알아서라기보다는 그들과 자기는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과 선수를 연결하는 것은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매체다. 이처럼 한 국가의 국민은 여러 매체를 통하여 일체감을 형성하고 상상의 공동체로서의 동지의식(comradeship)을 공유한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다.'와 같은 일체감은 지리적 영토, 통치와 외교의 주권, 경제적 이익 등이 결합하여 근대 국민국가라는 개념을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을 해 보면 일본으로 귀화한 엄혜련 선수의 말에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읽어야 한다. 즉, 경쟁과 승리를 위한 운동이 아니라 기쁘고 즐거운 운동이 되어야 하며 졌을 때 이긴 상대를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아량 등을 길러야 한다. 지금과 같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운동을 대하고 상대를 필살(必殺)의 심정으로 패배시켜야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이 스파르타식 운동의 미래는 어떨까?

역사는 스파르타의 패배와 아테네의 승리로 기록하고 있다. 철저한 규율과 훈련을 국가체제로 삼았던 스파르타도 매우 훌륭한 국가였지만 자유와 창의의 정신을 국가체제로 삼았던 아테네가 더 훌륭한 국가였다. 이제 한국은 스파르타에서 아테네로 진화해야 한다. 만약 스포츠의 국가사회주의 또는 스파르타식 전체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면 진정한 민주적 국민국가는 요원하다. 그러므로 지난날의 압축적 경제성장과 빛나는 민주화의 과정에서 스파르타 정신이 큰 힘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아테네 정신을 가지고 진정한 자유와 아름다운 평등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 아울러 고정된 수목구조의 한국보다는 자유로운 리좀구조(rhizome)의 한국으로 진화해야 한다. 한국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특수한 운동선수의 위대한 행위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보통 사람의 보편적 행위도 소중하게 여기는 아름다운 국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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