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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1.23 18:00: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 충북대 교수

장군은 비장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13척은 있지 않느냐·' 그리고 장병들에게 외쳤다. '죽고자 하면 오히려 살고 살고자 하면 도리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 장군은 죽기를 각오하고 전투에 임했고, 죽고자 했으므로 살아서 133척의 왜군을 물리쳤다. 세계해군사에 기록된 명량해전은 박해를 딛고 일어선 한 인간의 승리이자 풍전등화의 국난을 극복한 전설적인 쾌거였다. 그 휘황한 이름은 성웅 이순신(李舜臣), 한국사에 길이 빛나는 명장이며 일본인들도 경외하는 지장이다.

지금 충북문화재단이 처한 상황은 13척도 아닌 3척의 반파된 배와 같다. 충북도민들과 문화예술계의 기대는 크고 일을 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은 여의치 못하다. 어떻게 직원 4명으로 광역자치단체의 문화재단이 할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자수익으로 운영되는 문예진흥기금은 거의 경직성이고, 사무실 운영비만 있으므로 그 어떤 일도 하기 어렵다. 인력이라도 된다면 중앙정부에서 기획하는 문화예술사업에 참여할 수 있으련만 그조차 여의치 않다. 무슨 수로 90여 명 직원의 광주나 400여 명 직원의 경기도가 하는 십분의 일이라도 실행할 수 있단 말인가! 일언이폐지하고 이시종 지사께서는 강형기 대표이사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소 인력 10명과 기금 이외에 최소 정규예산 10억을 확보해 주실 것을 희망한다. 문화재단의 난항은 곧 이시종 지사의 실패이며 강형기 대표의 곤경은 곧 충북도민의 좌절이다.

다행한 것은 예총, 민예총, 문화원을 포함한 문화예술 관련 회장단이 의견을 모아 강형기 교수를 대표이사로 추대한 것이다. 이어 대표이사로 거론되던 나기정, 도종환 두 분께서도 강형기 교수가 적임이라고 재차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이시종 지사께서는 강교수에게 문화재단 대표이사 수락을 요청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문화행정 저서를 여러 권 출판한 강형기 교수는 대표이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각계의 추대를 거절하지 못했다. 마침내 문화행정학에 일가를 이루었으며 행정 전체를 문화로 설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충북대 강형기 교수가 대표이사로 선임되었으니 더욱 더 다행한 일이다.

옛날 옛적에 현명한 군주 주문왕은 현자를 초빙하여 나라의 반석을 단단하게 하고자 강태공을 섬겼다는 감동스런 고사가 있다. 천하의 군주가 몸을 낮춘 것은 바로 자신과 국가를 위함이었다. 명철한 이시종지사께서 훌륭한 주문왕(周文王) 고사를 모르지 않을 것이니 당신(當身) 스스로와 '소지역국가 충북'을 위하여 인재를 섬기는 진정한 정치력과 도지사로서의 덕목을 발휘해 주실 것을 청한다. 아울러 장현석, 문상욱, 이홍원으로 상징되는 문화예술계의 헌신적인 지원과 희생이 있어야 하며 나아가 언론계의 지지와 격려가 필요할 뿐 아니라 도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요청된다.

원래 문화재단은 문화협치(文化協治)를 통한 창의성 발휘와 문화행정의 자율성 강화 그리고 충북도민들, 특히 문화약자의 문화복지 신장이 주요 목표였다. 또한 문화재단은 21세기형 문화권리 확보이고, 새로운 문화환경에 대처하는 '소지역국가 충북'의 생존전략이며, 문화국가와 문화평등주의로 나가는 역사적 전망이었다. 그간 이 문제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이 있었으며, 예술가들의 이권투쟁이라는 오해도 받았고, 예총과 민예총의 문화권력 쟁투라는 질책도 받았다. 그리하여 초심과 본질은 사라지고 환상과 현상만 남은 형국이다. 더구나 뜻밖의 일로 지난 5월 좌초한 이후 갖은 풍상을 맞게 되었던 것이니 머리 숙여 반성하는 일밖에 더 있겠는가!

아무쪼록 강형기 행복발전소 선장께서 이 직책이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하더라도 지혜롭게 난관을 헤쳐가리라 믿는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정도에 실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난국을 지나면서 충북문화재단의 가치가 더욱 커졌으며 그 의미가 태산처럼 무거워졌음에 감사해야 한다. 이런 자산을 희망의 돛대삼아 충북문화재단이 문화사회(文化社會)라는 피안의 무릉도원을 향해 힘차게 항해하기를 기원한다. 우리는 그 어떤 자리에서도 주인이 되는 수처작주(隨處作主)와 그 어떤 일이라도 능히 할 수 있는 군자불기(君子不器)의 정신을 가진 강형기 대표이사를 믿고 또 믿는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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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