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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1.23 17:59:5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몇 해 전, 우리 사회는 한 여인으로 말미암아 심한 열병을 앓아야 했다. 가짜 학위로 대학교수가 되고 국내 대표 비엔날레의 전시감독까지 거머쥔 그녀는 청와대 고위층과 부적절한 러브스토리까지 가세하면서 우리 사회에 요란한 굉음을 일으켰다. 지나치게 학벌을 중시하는 그릇된 풍토와 특정 인맥에 의해 출세 여부가 판가름 나는 세상, 허술하기 짝이 없는 우리 사회의 검증시스템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 여인이 옥살이를 하며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대서특필하는 촌극 같은 현실 앞에서 씁쓸함을 넘어 자괴감마저 들었다.

큐레이터는 박물관 또는 미술관의 소장품을 조사 연구하고 전시를 기획하며 마케팅 및 교육을 이끌고 있는 미술기획자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에서는 학예사, 미술관에서는 큐레이터라고 부른다. 하나의 전시기획을 위해서는 계획을 수립하고 작가를 섭외함 작품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전시장을 연출하고 디자인하며 공간배치와 관람객 초대, 홍보마케팅, 행사운영 등 수많은 노정이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이 큐레이터의 몫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큐레이터를 동경한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며,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해외에서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자 노력한다.

그렇지만 큐레이터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화려하거나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온전한 전시기획자가 되고 세상이 인정하는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이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하고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큐레이터는 인턴부터 시작한다. 마치 무대 뒤에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연출 보조자와 같은 것이다. 이들에게 월급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때로는 배고픔을 미덕으로 알아야 하고 밤낮없이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큐레이터는 국가에서 인증하는 큐레이터(학예사)와 자격증 없이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전자의 경우는 미술 또는 역사 관련 대학과 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한 뒤 현장 경험이 있어야 자격이 주어지는데 한국에는 2천여 명이 있다. 하지만 자격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격증과 무관하게 실력을 인정받으면 미술관이나 비엔날레에서 큐레이터 또는 전시감독으로 일을 하게 된다. 자격증이 있어도 유명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큐레이터 채용 경쟁률이 50대1정도라고 한다. 또 큐레이터가 되었다고 모두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자격증 시스템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취업을 위한 통과의례의 경우가 많다.

큐레이터가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 창의, 열정, 소신,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보다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며 창조적인 가치가 필요하다. 관람객이 만족할 때까지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며 미술계의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해야 한다. 큐레이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 그 자체에도 의미를 두고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한다. 자신보다 더 큰 그 무엇을 위해 살고자 해야 한다.

물론 비엔날레 같은 대규모 전시는 한 명의 큐레이터가 모든 것을 소화하지 않는다. 큐레이터, 디자이너, 에듀케이터, 홍보마케팅 등 분야별로 역할 분담과 팀워크를 통해, 통섭 및 융합을 통해 최고의 가치를 생산한다.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전시감독이 본전시와 특별전시를 기획하고 연출했다. 초대국가관은 핀란드에서 디자이너와 큐레이터가 선정돼서 일을 했다. 공예페어, 담배공장 65년사 특별전, 청주청원 네트워크전, 녹색공예디자인프로젝트, 시민도슨트, 시민참여형 부대행사 등은 사무국에서 수많은 시민사회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군 것이다. 그러하니, 이번 비엔날레의 꽃 누가 뭐래도 시민이다. 시민이 감독이고 큐레이터였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과 함께하는 비엔날레였다. 나는 전시장 안팎에서 작품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시민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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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