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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한전충북본부 홍보실장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고 했다. 올해 초 1월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강력한 폭발로 최소 수백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 외신을 통한 뉴스에서는 자살 폭탄범 한 명이 낀 아랍계 테러범들이 이번 공항 테러를 자행했다고 했으며 러시아와 분쟁을 겪고 있는 체첸반군의 소행이라고 곁들었다.

'검은 미망인', 체첸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보복에 나선 체첸 출신의 여성 자살폭탄 테러범들. 2002년 130여명이 희생된 모스크바극장 인질극 당시 검은 차도르를 입고 폭탄띠를 몸에 두른 이들의 모습을 뉴스화면을 통해 보았다. 숨이 턱 막혔다. 15살에서 20세 전의 앳띤 여성들의 얼굴이 잡지에 나왔을 때에는 유관순 누나가 떠올랐고, 윤봉길 의사와 안중근 의사가 생각났다.

나라와 남편을 잃고 더 이상 건질 것도 희망도 없던 미망인들이 가정대신 산속에서 총을 손질하는 모습, 총을 안은 채 피투성이가 되어 전사한 어린소년들의 사진은 일제 강점기시대 독립운동을 하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었다. 매일 외신을 통해 지겹도록 보아온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과의 분쟁. 이 또한 나라를 빼앗긴 팔레스타인들의 저항은 폭력이며 테러라고 정의되어지고 뉴스로 전달되었다. 나라를 잃은 이들의 생존을 위한 독립운동이 테러와 폭력이 되는 뉴스에 가슴이 울컥했다. 화가 났으며 모욕을 당한 듯 했다. 일제시대 우리나라의 가난한 독립군들이 악랄한 폭력을 일삼는 테러리스트로 매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세상은 승자의 논리로 움직이고 승리자들이 역사를 쓴다. 사회는 영웅과 주류 중심으로 조직되고 정치는 권력과 지배자 중심으로 자전한다. 그 틀 속에서 우리는 무감각하게 동화되고 삼투되고 세뇌되어진다. 지금껏 우리가 배운 것은 서구 중심적이고 남성 중심적이고 승리자 중심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보여 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안다.

동독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읽을 줄 아는 노동자의 질문'에서 말하지 않던가.

'일곱 대문의 테베는 누가 건설 했는가· 책에서 당신들은 왕들의 이름을 볼 것이다. 왕들이 바위덩어리를 쌓아 올렸는가· 여러 번 파괴되었던 바빌론은 누가 그렇게 여러 번에 걸쳐 일으켰는가· 금으로 번쩍이는 잉카의 리마에서 인부들은 어떤 집에 살았는가· 만리장성이 완성되던 날 밤에 석공들은 어디로 갔는가·'

한번쯤 세상을 거꾸로 보고 다르게 읽어보자. 우리도 모르게 정형화된 틀이 깨어진다. 등한시했던 소외된 이웃들이 보이고, 차별당하는 비정규직과 혹여 착취당하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동성애자가 보이며 억압받는 자들과 비주류자와 소수자들의 음성이 들릴 것이다.

요시프 코브존(Losif Kobzon)이 부른 '백학'이라는 노래. 그 유명한 드라마 '모래시계'의 OST를 듣고 동해안 정동진역을 떠올리기 전에 불귀의 객이 되어 귀향하지 못하는 체첸의 젊은 병사들. 이제는 카스피해 연안으로 날아드는 백학이 된 그들을 생각해 보자.

'가끔 생각하지, 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못한 용사들이, 잠시 고향땅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백학으로 변해버려 그들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날아만 갔어, 그리고 우리를 불렀어. 왜 우리는 매번 슬픔에 잠긴 채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잃어야만 하는 걸까'

테러리스트가 된 그 체첸의 어린 독립군들, 그들의 눈물 맺힌 사슴 눈망울을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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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