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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7.12.04 09:38:5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하루해가 저물면 다리를 뻗고 울었다는 어느 선사(禪師)의 일화가 생각난다. 마음공부는 거북이걸음처럼 느린데 세월은 무상하고 신속하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공부에 대한 아쉬움과 자책 때문에 눈물을 흘렀던 그 선사의 삶이 하루에 황금 만 냥을 쓰는 생활인의 바른 삶일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황금 만 냥을 쓰는 삶이라고 한다. 그만큼 하루하루를 귀하고 소중하게 쓰라는 뜻이다. 타성에 젖어 사는 삶은 허수아비와 같고, 남의 삶을 흉내 내는 것은 원숭이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올해의 내 족적이 그렇다. 알뜰하게 시간을 보냈다기보다는 흥청망청 시간을 낭비하고 살았던 순간이 더 많다.

수행자는 무엇보다 단순해야 한다. 단순하다는 것은 불필요한 일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우리에게는 살아가는 일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닌데도 그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고민하는 일이 참 많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자신은 이러한 비본질적이고 불필요한 일들로 인해 분주하게 하루를 살고 있다. 특히 심리적으로 분주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어쩌다 한가한 시간이 생기면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사람들은 바쁘게 살면서도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내게는 새롭게 시작한 일들이나 인연들이 많았다. 새로운 일과 사람들을 알게 됐다는 것은 삶의 위안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관계의 형성을 의미한다. 즉, 삶의 네트워크가 더 복잡하고 용량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들어진 관계로 인해 본성은 점점 매몰돼 가고 명상과 휴식의 뜰이 날로 줄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살펴보면,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힌 ‘관계’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언젠가 지인들의 연락처를 적은 수첩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얼마동안은 참 불편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타성적 관계 속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그 일을 겪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 것은 조금 불편할 뿐, 삶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불필요한 인연과 일은 삶의 언저리에서 차근차근 정리할 줄 알아야 일상의 둘레가 가벼워지고 홀가분해진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모(歲暮)의 등성이에서 일 년의 세월을 돌아보면 계획대로 이뤄진 일보다 놓친 일들이 더 많다. 정확히 말하면 게을러서 포기했거나 미뤄둔 일들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실천한 일보다 차일피일 미룬 일이 더 많은 것이 우리네 생활이 아닐까. 이러한 우리 인간들의 습관은 저 히말라야에 산다는 ‘야명조(夜鳴鳥)’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새는 밤이 되면 혹독한 추위를 견디다 못해 내일은 꼭 집을 짓겠다고 수십 번 다짐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날이 밝아 오고 햇살이 따스해지면 간밤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낮 시간을 즐긴다. 그러다가 다시 밤이 되면 추위에 떨면서 어제 밤과 같은 다짐을 되풀이 한다는 것이다. 사람 역시 위기와 곤경에 처할 때마다 새로운 삶을 맹세하지만 그 상황이 해결되고 나면 그 어려웠던 일을 금세 잊고 사는 것을 보면, 모양은 다르지만 어리석음의 형태는 ‘야명조’와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연말의 모임을 망년회(忘年會)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일 년 동안의 일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기쁨과 슬픔의 순간이든, 좌절의 순간이든 그 나름대로 인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지나간 시간에 대한 반성과 점검이 없다면 한 해를 또 낭비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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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