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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오늘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다녀온 짧은 감상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업무 차 방문을 하다 보니 바쁜 일정으로 인해 많은 곳을 다녀보지는 못했으나, 휴일 하루 시간을 내어 도시의 명소를 찾아보기로 하고 숙소 문을 나섰다.

이곳 사람들은 어지간한 거리는 그냥 걸어 다닌다고 하여 하루 종일 걸어 다니게 되었는데, 실은 교통편을 잘 몰라서 그냥 지도를 보고 걸어 다니는 것이 편해서였다. 오래된 사원과 성당을 비롯하여 도시 이곳저곳을 이른 아침부터 찾아 다녔으며, 오후 늦게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자랑이라 하는 선상 관광을 하였다.

주변에서 선상 관광은 꼭 한번 해보아야 한다기에, 비교적 비싼 값을 치르고 배에 올랐다.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 관광의 중간 쯤 보슬보슬 내리는 비로 인해 잔뜩 부풀어 있던 기대가 다소 꺾이기는 하였지만, 네바강으로 흐르는 작은 수로를 따라 시야로 들어오는 도심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 멋진 광경에 비를 맞는 지도 모르고 한참을 서 있었다.

하루가 끝나며 이런저런 생각이 하다가 이곳 사람들을 다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산주의 사회를 겪으며 문화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적을 줄 알았으나, 정작 그 반대로 자국 문화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였다. 이 도시의 에르미타주박물관이 세계 3대 박물관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만 보아도 그러한 상황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러시아 북서부 발트 해 연안에 위치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제정 러시아의 황제 표트르 대제가 17세기에 만든 도시로, 서유럽화 정책과 동시에 영토를 확장하고 제정 러시아의 근대화를 위해 건설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러시아혁명의 본거지로 공산주의 시절 레닌그라드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였는데, 현재 수도 모스크바에 이어 러시아 제2의 도시이다. 서유럽과 근접한 관계로 서구의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계획된 인공 도시였으나,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네바강을 중심으로 한 도심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발트해로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펼쳐진 무척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문화의 도시였다. 도심은 17세기 이후의 건축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도 건물은 17세기 당시의 건축 설계도면에 근거하여 재건축을 하고 있으며, 시는 이를 바탕으로 허가를 내줄 때 심지어 건물의 색채까지 지정해준다고 한다. 철저한 고증에 의한 문화 복원으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사원과 성당을 가보면 공산주의 시절 피폐해진 건물의 원형을 복원하고자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데, 인상적인 것은 출 · 입구 쪽의 모금함에 많은 사람들이 문화재 복원 및 수리를 위한 성금을 자발적으로 넣는 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잃어버렸던 문화를 회복하거나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이곳도 경제논리가 사회에 파급되다 보니 개발이란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모양이다. 한쪽에서는 개발론자들이 정체된 모습에서 벗어나 보다 활발한 경제성장과 도시의 발전을 위해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도심을 한 블록 정도 나가보면 최신식 고층 건물들이 하나 둘 눈에 띠곤 한다. 그래도 시 당국은 아직도 문화보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 역시 풍요로운 삶을 위해 개발과 보존이라는 문제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개발이 무조건 부정적인 측면만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의 삶과 미래는 과거의 모습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과거의 모습이란 조상들이 남겨놓은 유형 · 무형의 재산이다. 그 가운데는 오래된 것과 오래되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있으며, 보존가치의 중요성도 물론 각각 다를 것이다. 설령 오래되지 않거나 보존가치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 담겨있는 여러 의미들은 현재 우리의 거울이 되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다. 따라서 아무런 기록이나 근거 없이 개발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진다면 훗날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또한 아무리 풍요로운 삶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과거의 문화가 반영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소외되는 개발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삶이 오히려 풍요롭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 속담을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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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