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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수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와솔회 회장

"옛날에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천부인 세 개와 가지고 무리 삼천 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의 신단수 밑에 내려와서, 인간 세계를 다스리고 교화하였다. 이 때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았는데, 늘 사람이 되기를 원하여, 신이 신령한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 날 동안 햇빛을 보지 않는다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하므로, 곰과 범은 이것을 받아서 먹었다. 곰은 시작한 지 삼 칠 일에 여자의 몸이 되었으나, 범은 능히 달성하지 못하였으므로,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여자가 된 곰은 그와 혼인할 상대가 없어서, 항상 신단수 밑에서 아기 갖기를 축원하였다. 환웅은 이에 임시로 사람으로 변하여 그녀와 결혼해 주었더니, 그녀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다. 그의 이름이 단군 왕검이다."

이거야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단군 신화다. 그러므로 우리 한민족은 암곰, 즉 웅녀의 자손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범이 성공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다시피 범은 용감하지만 끈질기지 못하고, 용모는 수려하지만 잔인한 편이다. 이에 비하여 곰은 인내심이 강하고, 우직하며,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우리 역사속에는 강인한 여성들이 많이 등장한다. 신라시대에는 세계에서도 드물게 여왕이 둘이나 있었으며, 고려시대에는 여성들의 지위가 남자들과 같았고, 남녀 차별이 심했던 조선시대에도 훌륭한 여성들이 숱하게 존재하였다. 오늘날 오만원짜리에도 들어있는 신사임당이나, 한석봉의 모친 같은 훌륭한 어머니들도 있었고, 황진이나 허난설헌 같은 문인들, 문정왕후나 명성황후 같은 정치성 짙은 여인들도 있었다.

아마도 그런 옛 왕조 시대에 고관이 되는 과정으로 오늘날과 같은 사법고시나 행정고시가 있었다면, 틀림없이 여인들이 반 이상은 차지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요즘 여성들이 그런 시험에 합격하는 성적으로 보나, 의사나 약사, 교사 등 각종 시험에서 나타내는 능력을 감안해 본다면, 능히 짐작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사람도 여성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여러 스포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다수 여성들임은 자타가 공인한다. 어려운 때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었던 박세리, 세계인을 놀라게 한 김연아, 요즘 한창 뜨는 신지애 같은 이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자기 개인의 영화를 누림은 물론 모든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어찌 이런 혜택이 여성들에게만 주어지겠는가. 우리나라의 남자들치고 한국 여인들의 자손이 아닌 사람이 없으며, 이 남자들을 훌륭하게 키우고 뒷바라지 하는 사람도 역시 여인들이니, 우리나라의 저간에 흐르는 힘은 바로 이 웅녀의 후예들의 힘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억척스러움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서 '아줌마'라는 단어가 브리타니카 백과사전에 오를 정도로 유명해졌고, 그 단어는 '억척스러움, 영악스러움, 근면함, 모성애를 지닌 여인' 등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하여 훌륭한 자녀들의 뒤에는 언제나 어머니 즉 아줌마가 자리잡고 있다.

며칠 전에는 우리의 예쁘고 당찬, 17세 이하 여학생들이 세계를 제패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의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 일이 그것이다. 세계에 68억이나 되는 인구 중에서 고르고 골라, 날고 긴다는 그 많은 나라들이 만든 숱한 축구팀들 중에서, 또 뽑고 뽑아서 만든 대표팀들이 모여서 싸우는 '세계 대회'에서 일등을 하였다는 것은, 그저 놀랍다는 것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것도 체구도 작고 환경도 열악하며, 도움도 별로 없는 우리나라 선수들이라 더욱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8골을 넣어, 'FIFA' 주관대회 첫 우승컵과 득점왕, 최고의 선수(MVP)까지 받아,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여민지 선수는 국가와 국민의 자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선수만이 아니라, 주장 김아름이나 미모로 일본 선수와 경쟁의 주인공으로 꼽힌 이유나나, 골키퍼 김미나 등 선수 21명은 모두 예쁘고, 용감하고, 성실하였다. 그들은 결승전에서도 비록 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끈질기게 공격하여 동점을 만들었고, 쓰러질 상황에서도 연장전을 버텼으며, 급기야 승부차기에서 일본보다 한 점을 더 넣어 이겼다. 그것은 강인한 정신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 사람, 한 사람 공을 차는데, 지친 몸으로 끝까지 정확하게 좁은 골안에 넣는다는 것은 정말 어린 학생들로서는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이제 그들에게 축하만 해줄 일이 아니다. 그들이 더욱 빛나는 업적을 쌓게 하기 위해서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뒷바라지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어머니의 딸들이며, 장래의 아들들의 어머니이기도 한 여성들에게 이와 같이 많은 분야에서 그 넘치는 힘과 머리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적ㆍ경제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여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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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