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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석

충북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8월 영국의 한 병원에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일명 '슈퍼박테리아'로 신생아 3명이 사망한데 이어 일본의 한 병원에서도 집단 감염으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 보건의료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일본에서 발견된 '아시네토박터균'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미 여러 차례 분리됐던 항생제 내성균으로 병원의 감염 관리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대규모 환자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에 영국 의학계가 보고한 NDM-1균주도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으로서 '뉴델리 메탈로-락타마제-1 (NDM-1)'이라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지닌 박테리아로 이 효소는 거의 모든 항생제가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년 인도의 한 병원에 입원했던 스웨덴 환자에게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후 인도, 파키스탄 등 동남아시아를 여행했던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데, AFP통신은 신종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가 벨기에서 숨졌고, 영국에 이어 호주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슈퍼박테리아가 현재까지 국내에서 검출되지 않았으나, 오는 12월 말부터 대형병원 50여 곳을 중심으로 6종의 내성균 감염현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는 감시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그리고 2011년부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항생제 내성균,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RSA)과 더불어 새로이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다재내성 녹농균(MDR PA), 다제 내성 아시네토박터균(MDR AA), 카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등 5종을 법정감염병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슈퍼박테리아란 기존의 항생제로는 치료가 통하지 않는 항생제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 균주를 일컫는다. 공식적인 의학 용어는 아니고, 항생제의 살균 효과를 뛰어넘는 박테리아라고 해서 붙인 별칭이다.

슈퍼박테리아는 인류가 박테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에 대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내성 유전자'를 획득하는 이른바 '형질획득'의 절차를 통해 출현한다. 따라서 수퍼박테리아라는 이름의 세균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항생제 내성을 가진 여러 세균을 통칭하여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즉 슈퍼박테리아 출현의 삼각고리는 "박테리아-항생제- 내성 유전자"로 볼 수 있다. 항생제와 내성 유전자는 매우 긴밀한 관련을 갖고 있는데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20세기 중반 페니실린이라는 최초의 항생제가 등장한 이후, 인류와 세균은 끊임없는 머리싸움을 해왔다. 인간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면, 세균은 영리하게도 거기에 대항하는 내성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페니실린은, 박테리아가 만드는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이라는 세포벽을 목표로 만든 항생제인데, 초기의 항생제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항생물질을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자연항생제'라고 하였다. 이 자연항생제를 좀 더 발전시킨 것이 부분적으로 변형을 가한 '부분합성 항생제'이며 페니실린 발견 이후 인류는 수많은 종류의 항생제를 개발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페니실리엄 곰팡이는 주위의 박테리아를 죽이는 페니실린이라는 항생물질을 분비하면서도 곰팡이 스스로는 이에 죽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곰팡이가 페니실린이라는 항생물질에 대해 '내성 유전자'를 스스로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박테리아들의 인류를 향한 역습은 항생제가 진화를 거듭할 때마다 거듭되었다. 지난 1960년에 페니실린을 개량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항생제라고 평가받은 '메티실린'이 개발되자 곧이어 1961년 내성(페니실린에 대한 내성률 84%)을 가진 황색포도알균 (MRSA)의 출현으로 박테리아들이 거세게 반격했다. 이어 1996년 '반코마이신' 내성균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일본에서 출현하였고, 2002년 7월 미국에서 더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됐다.

박테리아들은 생존을 위해 항생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돌연변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박테리아는 지구 상에 가장 먼저 나타난 생명체로서 수적으로 가장 많고, 적응력도 가장 강한 생물이다. 인간의 몸은 60~100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지만 우리 몸속의 미생물은 최소한 그 10배는 된다. 금속을 녹일 만큼 진한 황산이나 원전 폐기물 탱크, 수심 1만 m 넘는 태평양 바다 밑까지 박테리아가 살지 못하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러니 항생제를 이겨내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것이다. '슈퍼벅'으로 불리는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사망자는 2006년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1만7천 명을 웃돌았으며, 에이즈보다 인류에게 더 치명적 질병으로 다가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슈퍼 박테리아의 탄생은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에서 비롯되었는바, 질병이 다양해지고 치료가 전문화되면서 다양한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적절치 못한 사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항생제 평균 사용량은 33(DDD, 항생제 일일사용량/1000명/일)으로서, OECD회원국의 평균 21.3(DDD/1000명/일)보다 훨씬 웃돌고 있어서 현시점에서 항생제 오남용을 막고, 병원현장에서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테리아도 생물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므로 항생제를 많이 쓰면 쓸수록 슈퍼박테리아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 역으로 항생제를 적절한 양으로 처방하고 사용기간을 줄인다면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인간의 역사는 신채호 선생의 '아(我)와 비아(非我)와의 투쟁'도, 토인비 박사의 '도전과 응전'도 아닌 세균과의 끝없는 치열한 전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세균과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조약을 맺는 일은 웬만하면 항생제를 쓰지 않고 줄이는 일이다.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도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고 무서운 내성이라는 무기를 조금씩 버리지 않을까· 세균의 내성이라는 무기의 개발과 인간의 새로운 항생제 개발속도는 어느 쪽이 더 빠를까· 진화에 관한 한, 하등생물의 속도를 고등생물이 따라갈 순 없다. 최근 영국 등에서 특정 박테리아를 파괴하는 '박테리오파지'란 바이러스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바, 인체에 무해하고, 신종 슈퍼박테리아를 만들어 낼 걱정도 없으며 항생효과가 뛰어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기대된다. 그때까지는 항생제 사용을 점차 줄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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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