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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수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외솔회 회장

또 다시 대학입시철이 다가왔다. 필자에겐 항상 그랬던 것처럼 '올해는 대학입시에 어떤 문제가 생기나· 내년에는 어떻게 바뀔까·'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과거에 급제만 하면 모든 생계 문제가 해결되고, 일신의 행복과 가정의 영화로움이 보장되던 옛날의 전통이 남아, 자식을 어떻게든지 가르쳐야 하고, 그러려면 좋은 대학교에 넣어야 한다는 부모님들의 열의와 성화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 그칠 줄을 모르고, 앞으로도 중단되는 법은 없을 것이다.

모 신문에 난, 광복 이후 대학 입시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필자는 혀를 찼다. 그 과정은 필자의 생애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데, 그 변화무쌍함이 실로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나를 비롯하여 입시를 거쳤던 당사자들의 고난사이자, 자식을 가르쳤던 부모님들의 형극의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신문에서는 대학 입시의 큰 변화를 네 시기로 나누었는데, 첫번째는 학생 선발권이 대학에 위임되어 있던 시기로서, 1945년 해방부터 1968년도까지로 보았으며, 두번째는 학생선발권을 국가권력과 대학이 공동으로 행사한 시기로서, 1969년부터 1980년까지로 보았고, 세번째는 학생선발권을 국가권력이 행사하고, 대학은 들러리 역할을 한 시기로, 1981년부터 1993년까지에 해당되며, 네번째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로,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환원하기 위한 과도기적 입시정책의 조정기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렇게 큰 단락으로만 나누면, 대학 입시는 국가 통치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첫번째 시기는 광복 후 새로운 민주사회를 시험하는 기간이므로, 입시를 대학에 일임한 것이며, 두번째 시기는 대학을 묶어 두어야만 했던 독재의 의도가 엿보이고, 세번째 시기는 아예 대학을 무시한 권력의 횡포가 자행된 결과이며, 네번째는 다시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는 과도기적 성격이 드러나고 있다.

위의 분류는 크게 본 것이지만, 소소하게 바뀐 내용은 일일이 다 소개하기가 벅찰 것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한정된, 좋은 대학ㆍ바람직한 학과ㆍ장래가 보장되는 전공을 찾아 가려고, 얼마나 많은 입시생들이 고난을 겪었으며, 얼마나 숱한 학부모들이 애간장을 태웠을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역대 통치자들은 유효적절하게 대학입시를 좌지우지하고, 지방 면소재지까지 대학을 세우라고 부추겼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지방에 있는 대학이라고 등록금이 싼 것은 아니다. 일 년에 적어도 등록금으로 천여만 원이나 내야 하고, 책값이니 용돈이니 해서 자식을 하나 가르치려면, 해마다 수 천 만원은 들 것이다. 그러니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로서는 적어도 몇 천만 원의 수입은 있어야 자식을 대학생으로 둘 수 있다. 그런데 그 자식들이 대학을 나왔다고 출세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겉멋이 들어 빈둥빈둥 놀면서 부모님들의 주머니만 엿보고, 제 자식들의 양육비까지 내놓으라고 한단다.

그런 대학들에 들어가는 돈으로 논ㆍ밭을 사서 농사를 잘 지으면, 제가 먹고 살 양식은 마련할 수 있었을 텐데, 모두 대학의 건물을 짓는데 들어가고, 그 곳 종사원들의 봉급으로 충당되었을 뿐이다. 그래도 이것은 국가적으로 손해는 아니었다. 적어도 건물은 세워졌고, 거기서 많은 이들이 직업을 얻은 셈이니, 전체적으로는 경제적 활성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아기 적게 낳기'라 할지, '인구 축소책'이라 할지, 이상한 정책 때문에 젊은이들이 급격히 줄어서 이제 지방에 산재해 있던 대학들이 문을 닫아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게 되었다. 물론 그런 대학들은 문을 닫으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쉽게 모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 건물과 시설, 장비들은 무엇을 할 것이며, 종사자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런 지방의 대학들과는 달리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학생들은 여전히 그 곳으로 몰리고 있고, 일 년에 몇 번씩 치르는 대학 입시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학부형들만 허리가 휘어진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입시 비용으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니, 어지간히 벌어서는 그 돈을 감당하기 어렵다.

어김없이 현재의 정부에서도 지난달에 새로운 '수능 시험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것으로 기존의 수능 시험에 대한 문제점과 미비점을 보완했다고 하는데, 비판의 소리가 거세다. 특정 과목에 치중되어 많은 과목들에 형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의 마음만 상하게 하고, 낭비만 조장하는 입시는 중단 되어야 한다. 물론 그에 대한 합당한, 좋은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바뀌거나, 장관이 새로 오면, 또 변해야만 하는 대학 입시 제도는 그만 두고, 한 번 제정되면, 오래 잘 되는 그런 입시제도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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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