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성재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여름 장마도 끝나고, 이젠 한 여름 뙤약볕을 뒤로한 채 찬바람이 서서히 불어오고 있다. 아직 한낮의 늦더위가 가끔씩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심술을 부리고 있지만,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은 이제 차갑게만 느껴진다. 어느 덧 9월로, 가을이 찾아온 것이다.

가을의 시작을 알려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시원한 옷차림에서 길어진 옷소매로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또한 도심을 벗어나 볼 수 있는 여러 풍경 속에서 가을의 풍취가 물씬 느껴지기 시작한다.

머리를 숙인 채 가을바람의 흐름을 따라 출렁거리는 논들, 조금씩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 도로를 따라 길게 줄지어 핀 코스모스,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거리의 낙엽 등은 가을을 맞이하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만물이 생성하고 절정을 이루는 봄과 여름은 모두 역동적인 계절인 반면, 가을은 정적인 계절이 아닌가 싶다. 봄과 여름을 두 계절을 지나며 활동적인 바깥나들이로 인해 우리의 몸은 건강한 혜택을 누려왔으며, 가을 단풍의 산행과 겨울 스키장은 아직 남아있는 나들이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건강한 신체 활동으로 마음까지 건강해지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때론 지나친 신체활동의 즐거움만 주목한 나머지 왠지 모르게 건강해지는 몸에 비해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건강하지 못함을 느끼곤 한다.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요즘 문화생활의 폭도 넓어지고 역동적으로 즐기는 분야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문화란 왠지 마음을 차분히 다스려주는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역동적이기 보다는 정적인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계절은 가을이어야만 제격인 것 같다. 아마도 독서와 문화의 계절을 가을인 9월과 10월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계절이 지나며 또 한 해가 지나가는구나 하는 아쉬운 생각이 벌써부터 자리 잡고는 하는데, 가을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과 즐거움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흐르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 하여,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했던가. 이 계절은 맑은 하늘과 더불어 세상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다. 들녘의 무르익은 곡식과 과일, 터질듯 한 한가위 보름달 등 비추어지는 세상모습과 더불어 우리도 덩달아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행사와 축제가 열린다.

박물관과 미술관 역시 풍요로운 계절만큼 크고 작은 다양한 전시들로 우리를 반기고 있다. 이 계절에 열리는 전시들은 같은 특별전이라 해도 짧게는 반년 이상을 공들여 준비해온 전시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가을에 열리는 특별전은 일 년 내내 농부의 땀방울로 결실을 맺어 낸 벼이삭과 같다. 그만큼 알차고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얘기다.

풍성한 곡식과 과일을 잘 섭취해야만 신체가 건강하듯이 풍성한 문화여가를 즐겨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계절에 맞게 음식을 먹고 활동하는 것도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편식하지 않듯이 문화여가도 골고루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풍성한 계절, 가을에 찾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은 기대 이상으로 우리에게 더 많은 여유와 건강을 안겨다 줄 것으로, 골고루 즐기는 문화여가야 말로 삶의 가치와 우리의 마음을 더 건강하게 해주는 보약이기 때문이다.

가을이 다가오고 나면 바로 겨울이 이어질 것이다. 봄과 여름을 지나며 활동적이고 팽창하던 우리의 몸은 찬바람이 조금씩 불면서 서서히 움츠려든다. 그런데 자연의 변화에 따라 마음은 몸과 달리 더 큰 자극과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이 때문인지 가을을 흔히 우울증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풍성해지는 만큼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긍정적이지 못한 현상들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다. 여하튼 사회적으로도 문제화되고 있는 우울증은 건강한 문화여가로 치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추위가 다가오기 전 따뜻함을 갖출 수 있도록, 문화의 풍성함을 즐기며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어 보는 것도 좋은 가을나기일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