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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수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외솔회 회장

<시론>청소년들의 말글살이성낙수(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외솔회 회장)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판단하는 데에 생김새에 이어, 말씨가 두 번째이고, 그 다음이 글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속담에는 유독 말과 관련된 것이 많은데, 예를 들면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내 말은 남이 하고 남 말은 내가 한다, 말 한 마디에 천 량 빚을 갚는다" 등이 그것이다. 이런 속담에는 말의 장ㆍ단점, 위험성, 가치들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에 어느 신문에 "욕설에 빠진 아이들, 습관적으로 '×발' 내뱉는 아이들"이라는 기사를 싣고, "욕설이 지배하는 10대들의 언어", "일선 학교의 바른말 쓰기 움직임" 등의 소제목을 달았다. 여기서 우리는 간단하게 요즘의 십대들이 평소 욕설을 많이 하며, 일선 학교에서는 거기에 대처하여, 바른말 쓰기 운동을 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말글살이에서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의 어른들도 예전에는 청소년이었으며, 오늘의 청소년도 나중에는 어른이 되니, 욕 잘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국민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선천적인 민족성이라기보다는 억압적이고, 출세지향적이며, 금전만능주의적인 풍토에서 살다 보니, 어려운 민초들의 한(恨)과 원(怨)이 뭉쳐져 빚어진 결과라고도 볼 수 있고, 대대손손 선배들의 언어습관과 국어 교육이 잘못된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별로 밥벌이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국어'는 왜 공부하느냐·"고 하기도 하는데, 그들에게야 말로 "인간이 밥만 먹고 사는 동물이냐·"고 묻고 싶다. '사람이 사람스러움은 곧 말을 하고, 말로서 생각하고, 서로 뜻을 주고받는 데에 있다.'고 하니, 정말 '말 같은 말, 가치 있는 말, 보람된 말'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교육자의 본분이며, 어른들이 가져야 할 바른 태도다.

전자 기기의 발전과 보급이 빠르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이 언어다. 특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청소년들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단어를 창출하고, 새로운 의사소통방법을 유행시키는 데에 한몫을 하고 있다. 그 중에는 유행어ㆍ은어ㆍ비어도 있고, 이모티콘이나 외계어도 있다. 예를 들면, "··· (궁금함), ~_~ (어지러움ㆍ빈둥거림ㆍ느끼함), !_! (놀람), $_$ (돈 많을 때), @_@ (어지러움), ^_^; (땀흘리는 모습)" 등과 같은 것은 이모티콘이고, "·Й셩Ø1있1있쿑흥,ⅲ (개성이 있다구!!!), ·r고I ·r 헧교 한폮 엄(파괴 같은 거 한 적 없어), ㉯㉯납별뉨ⓔ는ⓔ렇퀘글쓰능高☆로㉯뽀게생각안훼(나 별님이는 이렇게 글 쓰는 것 별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뎌희가 ⓔ헌글을쓰능뒈다듈익얼외계언어樂호하더군효글험뎌희능외계인입늬깍(저희가 이런 글을 쓰는데 다들 이걸 외계언어라고 하더군요. 그럼 저희는 외계인입니까·)"와 같은 말은 외계어다. 이런 말들은 은밀히 뜻을 전달한다는 점, 표현을 다양화한다는 특징도 있다. 이런 표기가 나오는 것은 기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즉 컴퓨터나 손전화를 작동하여 만드는 특이한 언어인 것이다.
이러다가는 '한글 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은 다 쓸 모 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국어 교육은 '형광등 하나 갈아 끼우는 것'보다 가치가 없는 것으로 전락이 될까 두렵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가 한다면, 그건 '법이 없어도 살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법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야 법이 없어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그런 상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판친다면, 이 사회는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위와 같은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은 말살이도 중구난방이 되어, 급기야는 우리말ㆍ글이 소멸되는 비운을 맞게 될 것이며, 우리 민족은 주체성ㆍ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세상에 표류하게 될 것이다.
만세지탄이기는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바른 말글살이에 관심을 가지고, 바르게 지도하려 한다고 하니, 기대해 볼 만하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우뚝 선 경제대국이며, 올림픽을 연 지 22년이 지났고, 얼마 안 있어 'G20'정상회의를 여는 나라다. 그리고 우리는 남한에서만도 세계문화유산을 열 개나 가진 대단한 민족이다. 이런 훌륭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긍지를 가지려면, 품위 있는 말, 교양 있는 말, 아름다운 말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아무리 기계가 발달한다 해도 그것을 조작하는 주체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으니, 바른 철자법과 표준어 규정에 맞게 쓰는 습관을 가져야만, 바른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되며, 그런 젊은이들이 사는 곳이 선진 사회, 선진 국가로 발전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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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