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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8.15 14:32:3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남석

충북대학교 명예교수

전국에 폭염과 열대야가 몇날 몇일이나 계속되었던 삼복과 입추도 지났건만 더위는 조금도 기세를 꺽지 않고 있다. '피서(避暑)'는 문자 그대로 더위를 피한다는 뜻이다. 기왕 피서를 갈 거면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다면 한층 더 즐거운 피서가 될 수 있을 텐데. 이런 마당에 공짜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들려온 안 좋은 소식은 정부가 은행, 대형마트, 백화점, 호텔 같은 시설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실내 온도를 높이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고전에 나오는 방랑시인이나 풍류객들처럼 차가운 개울 물에 발 담그고 시원한 버드나무 아래에서 낮잠이라도 청하면 좋겠지만 21세기에 그러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인생을 포기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니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시원함을 찾아야 할 것인데 유가는 올라 에너지비용은 높고 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리니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사용되는 냉방 장치의 대장은 누가 뭐래도 에어컨이다. 에어컨을 최초로 실용화한 사람은 월리스 캐리어다. 인쇄소 관련 일에 종사하던 그는 1902년 여름, 열기와 습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인쇄소에 열기·습기 제거를 위한 공기 조절 장치를 설치했다. 이렇게 시작된 에어컨은 오늘날 우리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에어컨의 원리는 에어컨 속에서 냉매 분자들이 압축기-응축기로 이어지는 반복된 작용으로 냉매가 차가워졌다 따뜻해졌다 하면서 실내의 열을 바깥으로 퍼 나름으로써, 실내를 시원하게 하는 것이다. 실내의 열이 저절로 계속 밖으로 흘러나가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열은 따뜻한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만 흐르므로 실내가 더 시원해지면 바깥에서 열이 안으로 흘러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에어컨은 전기로 움직이는데, 전기는 화석 연료나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하든, 태양 에너지나 풍력 에너지를 전환하든 해야 한다. 에어컨 자체도 가동할수록 열이 발생한다. 에어컨은 실내를 식히지만, 지구 전체를 그보다 더 뜨겁게 만든다. 가뜩이나 온난화에 시달리는 지구에는 안 좋은 소식이다. 환경을 위해서라면 에어컨은 덜 쓰는 편이 현명하다. 오래 틀면 실내 공기도 나빠지고 머리도 아프니까. 하지만 선풍기와 부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면 어찌해야 할까· 에어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매년 여름마다 휴가계획을 세울 때면 우릴 고민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바다와 계곡이 있는 산 사이의 갈등이다. 물론 해외여행을 간다거나 실내 수영장 같은 인공시설로 휴가를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거나 빌딩 숲과 콘크리트 건물이 지겨워 자연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 둘은 휴가지의 영원한 라이벌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곳이 거의 반반으로 나뉘는 바람에 단체가 여행을 갈 때 목적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피서철이면 바닷가 해수욕장을 가득 메운 파라솔과 수영과 휴가를 즐기는 인산인해의 피서객들의 모습을 쉽사리 본다.·시원한 바다를 보며 여유를 찾는 것은 피서를 즐기는 멋과 추억을 남긴다· 우리가 바다로 피서를 갈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피부가 장시간 방사선·자외선에 노출되어 피부노화, 선번(sun burn) 등의 부작용을 막는 일이다. 인체가 열충격을 받을 경우 세포는 이에 대응하는 열충격반응(heat shock response)을 일으키는데, 이때 몸속의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이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며, 단백질 폴딩을 돕고, 노화단백질을 세포공장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열충격단백질이 필요 이상으로 생성,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 세포의 자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의 기능을 저해하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다음으로 찾는 피서지로서 산이나 계곡, 요즈음은 곳곳에 휴양림도 많다. 근년에는 산림욕이라는 산이 주는 천연의 건강효과로 인해 산을 찾는 피서객도 늘고 있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뤄진다고 한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자신을 방어하는 자연적인 면역기능을 말하는데, 인체의 면역세포에는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와 병원균을 죽이는 T세포, 그리고 NK세포(자연살해 세포) 등이 있는데, 피톤치드는 바로 이 NK세포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이외의 피서법은 집에 흰색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치고, 천장에 팬을 달고, 열이 덜 나는 고효율 전구를 쓰는 등의 손쉬우면서도 간단한 방법들이 있다. 최근에 제안된 좀 색다른 피서법으로 여름에 지붕과 외벽을 흰색으로 칠하면 흡수되는 열이 줄어들므로, 더 시원해 질것이란다. 그럼 겨울에는 어쩐담· MIT의 학생들이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놓았는데, 날씨가 더워지면 흰색으로, 추워지면 검은색으로 변하는 카멜레온타일로 지붕과 벽을 덮으면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2008년 해외의 한 과학 잡지에 소개된 방법인데 집안에 일종의 바람터널을 만들어 바람이 지나가게 하자는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람이 직선으로 관통하도록 양쪽으로 마주보는 창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네이처'에 발표된 스위스의 한 연구진의 논문에서, 짧은 펄스의 레이저를 하늘에 쏘면 질소와 산소 분자가 이온화되어 응결, 비구름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친환경적이며, 제대로 먹힌다면 날이 푹푹 찔 때마다 레이저를 쏘아 한 바탕 소나기를 내리게 할 수 있어, 한결 시원해질 것이다. 하지만 더위를 피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 바다나 산에도 많은 위험이 숨어 있다.·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피서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안전을 간과한다면 끔찍한·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조심해야 한다. 안전한 여름 휴가를 위해서 피서지를 찾아가는 도중의 교통정체, 열사병, 바가지요금, 음주사고 등, 즐거운 피서에는 '초대받지 않은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동행하기 마련이다. 너무 짜증만 내지 말고 그냥 한 번 크게 웃음으로 넘기는 것은 어떨까· 이제 우리나라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거의 아열대 기후가 된 듯하니, 환경 친화적으로 더위를 피할 지혜가 더욱 필요할 것 같다. 고맙게도 정부는 에어컨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그런 창의성을 장려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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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