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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지난 기고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다양한 것들을 우린 너무 쉽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것들은 대부분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게 되는데, 소위 '공짜'라는 표현을 주로 쓰기도 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또는 '공짜라면 당나귀도 잡아 먹는다'라는 말은 공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잘 나타내주는 말로, 사람들은 얻는 즐거움 보다 잃는 괴로움을 두 배 가량 더 느낀다고 하는 한 연구결과를 보면 공짜를 좋아하는 심리는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들 속담의 내용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공짜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공짜 술에 삼십 리 길도 간다', '이마에 땀이나 내고 먹어라' 등의 우리 속담은 공짜를 좋아하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며, '쥐 잡을 때 놓는 덫에나 공짜가 있다'라는 러시아 속담은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얼마 전 즐겨보는 모 오락프로그램에 매우 유명한 지휘자 한 분이 출연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우리에겐 청소년 음악회로 잘 알려진 분인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청소년 음악회를 기획하면서 관람료 고민을 하다가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음악회의 관람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 이유인 즉, 사람들은 아주 훌륭하고 수준 높은 음악가가 연주를 하더라도 공짜라 하면 왠지 품격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갖고, 감상하는 자세 역시 썩 좋아 보이질 않았다고 하였다. 공짜란 말이 왠지 품위가 없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우리는 흔히 '공짜배기'라는 속된 표현도 자주 사용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난 말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그 지휘자께서는 적은 금액이나마 관람료를 받게 되면 잘못된 인식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고 관람료를 받았는데, 그러한 생각은 바로 적중되었다고 하였다. 스스로 지불한 가치에 대한 책임 의식으로 음악 감상에 더 집중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더욱이 음악 감상을 떠나 비록 어린 청소년들에게 경제적인 가치도 일깨워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얘기도 함께 하였다.

공짜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얻는 경우도 있는데, 나 역시도 아는 분들로부터 받게 되거나 또는 염치 불구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때론 깨끗하게 값을 치르고 떳떳하게 표를 구하는 것이 속 편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아직도 공짜라는 소리에 귀가 솔깃한 것을 보면 공짜 앞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것 같다.

사실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우리 같은 서민들이 양질의 전시회나 음악회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우연한 기회에 무료 초대권 등이 생기면 무척이나 반갑다. 이처럼 공짜 앞에 약해지는 모습은 각종 전시회나 음악회, 공연장 등 문화를 향유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데 기인한다고도 생각된다.

며칠 전 가족과 함께 주변의 공연장을 찾아볼까 하고 이곳저곳을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대부분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한 놀이 체험전은 입장료 이외에 각 체험장 별로 다시 체험료를 받아서 결국 엄두가 나질 않아 아이들을 달래고 포기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문화가의 경제적인 논리는 좀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기회는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위의 청소년 음악회가 적은 비용으로 기대 이상의 감흥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사례이지 않은가 싶은데,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상황에 따라 적정한 관람료가 책정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아무래도 전시장이나 공연장 등 문화시설은 사람들이 북적대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를 제공해주는 공급자와 이를 즐기는 수요자 모두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공급자는 나름대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철저한 분석을 통해 수용하는 사람들의 기대치를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수요자 역시 이에 맞추어 적은 비용이라도 지불할 기회가 있으면, 그 가치를 활용하고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끝으로 문화를 즐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야 말로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며, 이번 주말엔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 어디 든 찾아가 망설임 없이 표 한 장 사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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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